[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인간 노화 연구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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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1-12-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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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노화연구의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는 급증하는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양질의 상태로 유지하고 건강장수를 추구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추구해온 노화의 생물학적 원리 규명을 위한 각종 동물과 세포를 사용한 엄청난 양의 실험실 노화 연구는 인간의 노화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괴리가 있다. 예를 들면 노화연구에 널리 사용되는 초파리나 예쁜꼬마선충은 개체 구성 세포들이 대부분 증식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인체 조직의 세포구성과 근원적으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쥐나 쥐를 통한 실험들은 대부분 폐쇄 공간에 가둔 상태로 실험하기 때문에 개방공간에 거주하는 인간의 환경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그 결과들을 인간에게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일정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노화되어 가는가를 밝히고 건강장수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연구는 별도로 추진되어야만 하였다. 더욱 노년기 건강을 촉진/저해하는 요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들은 유전적 요인보다도 영양, 생활 습관, 문화적 요인, 사회경제적 여건 등 환경적 요인이 중요함을 부각하고 있다.
 
인간 노화 연구는 주로 횡적 단면조사 위주로 특정 시점에서 여러 계층을 비교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시계열적으로 초래되는 본질적인 노화와 장수의 기전을 밝히는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종적 관찰연구가 제안되었다. 코호트를 구성하여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환경과 생활문화 및 생태 차이에 따른 노화 과정을 추적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종적 관찰연구는 노화의 본질을 규명하고 삶의 질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엄청난 인적, 시간적, 경제적 자원을 요구하는 작업이며, 방법론적으로도 샘플 자연 마모, 평균 회귀, 연령과 코호트 및 시기 효과 등을 차별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행의 어려움과 자료의 분석상 문제점으로 추진이 어려웠다. 그러나 종적 관찰연구는 고령사회 제반 정책과 필요한 과학기술을 도출하는데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여 퇴행성 질환 감소와 기능 저하 방지를 통한 의료비 저하 및 사회 간접 인력 낭비를 막는 장기적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고령사회에 꼭 필요한 연구임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우선 재정적인 규모의 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최초로 1958년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나단 쇼크박사(Nathan Shock)가 주도하여 볼티모어 노화종적관찰연구 (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n Aging, BLSA)가 개시되었다. 정상적 노화과정에 따른 신체적 인지적 변화와 노화에 미치는 유전적, 신체적, 행동적, 환경적 요인을 분석하고 노화와 질병의 상호관계 및 노쇠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려는 목적으로 출범한 초장기간의 대형과제는 인간 노화현상 규명에 극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다.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하탄프로젝트나 달에 인간을 상륙시킨 아폴로프로젝트에 버금가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BLSA는 정상인 1000명을 기본 대상으로 매2년마다 1박2일씩 체류하면서 각종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같은 코호트를 대상으로 60년 넘게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며, 현재는 최초 참여자의 3대째가 참여하는 맘모쓰 프로젝트이다.
 
주요 결과를 요약해보면 1) 심장이 고령화에 따라 적절하게 적응함을 밝히고, 늙어지면 심장이 약해진다는 통설을 부정하였다. 더욱 운동부하실험을 통하여 관상동맥질환 조기 발견을 가능하게 하였다. 2) 혈중 콜레스테롤치는 연령에 상관없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소임이 밝혀졌다. 3) 골다공증 요인으로써 연령에 상관없이 골소실은 비슷하나 골생성율이 감소하기 때문이며, 관절염은 골밀도보다 비만과 체지방조성이 중요요인임을 밝혔다. 4) 운동 부하 산소소모량으로 측정한 신체적응력이 연령 10년 증가마다 5-10%씩 저하됨을 밝혔으며, 성별차이보다 실질 근육량에 따라 변함을 밝혔다 5) 복부 비만이 심장 질환의 위험요소이며 여성의 둔부비만은 상관없음을 밝혔다. 6) 적절한 체중을 유지한 사람들이 장수함을 밝혔다. 7) 폐기능이 20대에서 80대가 되면서 40%이상 저하되며, 흡연이나 폐질환이 기능저하를 가속함을 밝혔다. 8) 당뇨진단 당클램프 기술이 개발되고, 과거 당뇨병 진단의 모순점을 해결하였다. 9) 일상생활 영양섭취가 중요하며, 균형있는 식단과 섬유소와 항산화성 식품 보강을 제안하였다. 10) 청력저하가 여러 연령층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혀졌다. 11) 시력이 백내장 같은 질병이 없더라도 연령에 따라 감소하며, 시력저하는 심혈관 질환과는 상관이 없음을 밝혔다. 12) 정신적 기능 저하는 노화에 따라 일괄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사람마다 큰 차이가 있으며, 칠십대 이상 고령이 되더라도 초래되지 않음을 밝혔다. 13) 성격은 연령이 증가되어도 크게 변화하지 않음을 밝혔다.
 
BLSA는 시작되고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하였지만 이후 봇물 터지듯 논문이 쏟아져 나왔으며 노화관련 의학적 교과서를 새롭게 쓰도록 하였다. 특히 BLSA는 노화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초래되는 비가역적 불가피한 퇴행적 변화라는 통념이 잘못된 오해임을 밝혔다. 더욱 노화란 신체와 정신이 일률적으로 기능 저하되는 동일한 과정이 아니며 개체마다 장기 별로 기능저하의 정도에 차이가 있음을 보였다. 한편 퇴행성 진행이 아니라 장기 별로 기능적 적응을 통해 개체의 생존을 유지하도록 작동하는 생체 보호적 변화임을 밝혔다.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성격이나 목소리처럼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기능도 있으며, 노화는 일상생활의 습관과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 선입견을 배제하고 능동적인 노력을 통하여 노화의 정도를 제어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인간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과학적 연구조사를 통하여 노화가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문화 그리고 사회 및 생태적 요인들이 상호 연결되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인간을 직접 대상으로 하여 장기간 실시된 조사를 통하여 확보된 과학적 근거는 노화를 더 이상 불가피한 고착적 변화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밝혀 추후 인간의 노화에 대한 의학적 사회적 대처방안의 개발을 가능하게 이끌고 있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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