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철강 동맹을 맺은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물론 업계를 대변해야 할 협회도 재협상 요구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철강업체들은 쿼터제로 인해 제한된 수출물량이 유럽의 공세까지 더해져 영향을 줄까 걱정하고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달 두 차례 미국 측에 철강 관세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차가운 반응만 되돌려 받았다. 여전히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철강 관세 재협상을 할 명분도 없을뿐더러, 미국과 서구 국가들의 인식에 한국산 철강제품과 중국산 철강제품을 사실상 같은 제품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10월 31일 바이든 정부와 EU는 철강 관세 분쟁을 종료하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일정 물량의 EU산 철강,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씩 부과해온 관세를 철폐하는 데 합의했다. 또 추가로 쿼터제 확대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합의를 설명하면서 ‘더러운 중국산 철강’을 제한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더러운 철강’에는 한국도 포함되는 분위기다. 과거 중국이 한국을 통해 철강제품 우회 수출을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9일(현지시간) 방미 일정 중 리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철강 재협상에 대해 언급했으며,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dml 방한 일정 당시 같은 요구를 했다.

하지만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탈피와 협회 차원의 적극적인 로비 없이는 재협상을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정부가 반드시 해결책을 내겠다고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의미 없는 재협상 요구만 반복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산업부는 자체적인 재협상 요구 외에는 한 차례 업계를 불러 의견을 듣는 것이 전부였다. 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협회와의 협업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철강협회, 무역협회 등이 자체 모니터링 자료와 함께 여러 대안을 준비했지만 산업부의 호출이 없는 상태”라며 “재협상 요구했다는 것으로 공을 세우려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당장 우리 기업은 올해 쿼터제 물량을 채우지 못할 위기다.

한국은 2018년 미국과 수출량은 2015~2017년 평균치의 70%로 제한하고, 관세의 25% 면해주는 합의를 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연간 268만 톤(t)까지만 수출이 가능하다.

올해는 지난 11월까지 쿼터제의 81.4%인 214만3000t을 수출했다. 이는 계획된 수출물량보다 10% 부족한 것으로, 12월 한 달을 두고 20%에 육박하는 쿼터제를 남겨뒀다.

쿼터제 물량은 미국에 도착한 제품을 기준으로 집계하는데, 항구 정체로 인해 내리지 못한 철강제품이 집계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분기마다 제한된 수출물량만 내보내다 보니 물류대란 등의 위험요소를 만나면 쿼터제도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발 철강제품 공세가 본격화되면 물류대란과 겹쳐 쿼터제조차 못 채울 수 있다”며 “철강업계에서는 가격보다 물량이 더 중요하다. 정부가 나서서 쿼터제를 반드시 확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1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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