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담합에 무너진 ‘유류세 인하’ 정책...국민은 또 속는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성현 기자
입력 2021-11-12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7년 만에 최대치에 달한 기름값을 잡자고 내놓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일부 주유소의 담합행위로 인해 ‘국민 기만’ 정책이 될 위기다. 정책 시행을 앞두고 오히려 기름을 더 비싼 값에 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부터 유류세 인하정책이 시행되면서 유류세가 20% 내려간다.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4원이 하락하게 된다.

우선 전국의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는 시행일 즉시 인하분을 기름값에 적용한다. 자영주유소의 경우는 각 사업자의 재량에 따라 점진적으로 가격을 인하할 예정이다.

문제는 자영 알뜰주유소에서 발생했다.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일부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정책 시행 전 가격을 올리고 시행 당일 유류세 분을 인하하려고 시도했다.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한다는 연출을 하면서 시행 전 가격 인상분에 따른 이익을 챙기려 하는 것이다. 이미 일부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은 이같은 담합행위를 통해 이익을 챙겼으며, 소비자들은 평소보다도 높은 가격에 기름을 사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시도가 가능한 것은 다른 주유소보다 저렴한 알뜰주유소의 특징 때문이다. 더욱이 유류세 인하 초기 직영·알뜰주유소와 자영주유소의 기름값이 차이를 보이면서 가격 교란이 생길 것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책 초기 천차만별인 주유소 가격으로 인해 정상가격을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석유공사가 유류세 인하분을 기름값에 100% 적용한 알뜰주유소에는 소정의 인센티브도 제공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주유소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정부 정책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박하는 행위다.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권의 민심 달래기 수단임과 동시에 시장교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

특히 유류세 인하 전 일부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시도한 가격담합은 정부 정책이 얼마나 허술하게 시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소한의 감시체계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 주유소의 판매 장부만 들여다봐도 단속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정부 정책은 시행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실제 국민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시행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감시·관리하는 것도 정책의 일환이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 정부가 좋은 정책을 냈다면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관리해주길 기대해본다.

 

[사진=아주경제 DB]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