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적자해소를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4세대 실손이 출시 초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의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4세대 실손 가입 건수는 18만2367건에 불과했다. 기존 1·2·3세대 실손 가입자가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한 건수를 합한 신규·전환 총 가입 건수(단체·유병력자·노후 실손 제외) 역시 22만218건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신규·전환 가입건수(151만7384건)의 7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4세대 실손이 판매를 시작한 7월 이후 실손보험 가입 건수가 오히려 급감한 셈이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4세대 실손의 소비자 외면은 이미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다. 4세대 실손의 경우 기존 실손보다 자기부담금 비율이 상향된 데다, 비급여 진료 과다 이용 시 다음 해 보험료가 최대 300% 급상승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4세대 실손에 가입할 경우 의료비 보장을 받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금융당국이 기존 3세대 실손의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손해율 급상승으로 기존 1·2세대 실손의 보험료 인상을 용인한 반면, 3세대 실손은 보험료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5개 주요 손보사는 올해 1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17.5∼19.6% 인상했지만, 3세대 실손의 보험료는 동결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존 1·2세대 가입자들이 보험료 인상 부담에 3세대로 전환했다. 이 기간 동안 1·2세대 가입자가 3세대로 갈아탄 건수는 50만5061건으로 작년 전체 갈아타기 계약(25만129건)의 2배에 달했다.

문제는 3세대 실손 역시 적자액이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보험사의 3세대 실손의 손실액은 전년 대비 31.3% 급증한 1767억원을 기록했다. 3세대 손실액의 경우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1·2세대보다 손실액 규모는 작지만, 전년 대비 손실 증가율만 따져보면 1·2세대(각각 11.8%, 12%)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르다.

실손보험의 가장 큰 문제는 비급여를 포함한 과잉진료를 조장했던 과거 실손보험의 구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4세대 실손을 내놓은 것은 필요한 조치였다. 하지만 보험소비자가 4세대 실손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지속된 손해율 상승 역시 대부분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다수 보험사가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선택권이 축소됐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의 적절한 비급여 관리와 함께 4세대 실손의 빠른 정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부 김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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