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2030 세계박람회' 향한 부산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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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1-1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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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경제부 차장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시내에서 차로 30분. 드문드문 있는 건물과 황토색 모래벌판을 지나 두바이 남부 도시인 제벨알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커다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EXPO 2020'. 지난 10월 1일 개막해 내년 3월까지 열리는 '2020년 두바이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알리는 글자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1년 미뤄졌지만 규모나 관심도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2배 크기에 만들어진 두바이세계엑스포장에는 192개국이 국가관을 제 돈 내고 지어 참가했다. 유엔 회원국이 193개이니 주요 국가는 모두 참여한 셈이다.

규모가 크다 보니 세계박람회는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3대 국제행사로 꼽힌다. 특히 경제적 파급 효과가 커 '경제올림픽'으로 불린다. 가장 성공한 세계박람회로 평가받는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는 관람객 7300만명을 동원해 48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와 63만명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

세계박람회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문화올림픽'이다. 각국 전통 문화와 발전상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여주는 장이기 때문이다. 두바이월드엑스포 국가관도 외관부터 나라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 많았다. 태국은 반짝이는 황금색, 중국은 붉은색 전구, 이집트는 스핑크스와 상형문자로 국가 전시관을 꾸몄다. 싱가포르와 벨기에는 푸른 나무와 식물을 외관에 노출해 친환경·탄소중립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관 건물 외부에선 파란색과 빨간색을 담은 1597개 스핀큐브가 종일 움직였다. 내부에서는 방탄소년단(BTS) 노래가 흘러나오고, K-팝 공연 등을 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딱지치기와 달고나 뽑기 체험도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박람회는 이 같은 경제·문화뿐 아니라 산업·관광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매번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부산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2030년 세계박람회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하면 국내 첫 '등록' 박람회 개최지가 된다. 국제박람회기구(BIE)가 공인하는 엑스포는 주제 제한 없이 5년마다 6개월에 걸쳐 열리는 '등록'과 특정 분야를 주제로 등록 박람회 사이에 3개월간 열리는 '인정' 행사로 나뉜다. 경제적 효과나 위상이 더 높고 '세계(World)' 호칭을 붙이는 게 등록 박람회다.

3대 국제행사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국가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지금까지 3대 행사를 모두 유치한 국가는 프랑스·미국·캐나다·일본·독일·이탈리아뿐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힘을 합쳐 유치에 힘쓰고 있다. 재단법인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에는 경제·문화·학계·정부 인사 8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유치 지원 사업과 정책을 총괄·조정할 범정부유치지원위원회도 지난달 말 만들어져 이달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부산 경쟁 상대는 러시아 모스크바와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다.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다. 모스크바와 로마는 이름만 대면 아는 도시다. 더구나 러시아는 이번에 네 번째 도전이다. 자금력이 막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알려진 정보가 적어 오히려 복병이 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역시 쉽게 볼 수 없다.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신청국들은 오는 12월 BIE 총회에서 첫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연다. 이어 내년 상반기(5월) 유치계획서를 BIE에 내고, 하반기에는 박람회 개최지에서 현지실사를 받는다. 최종 개최지는 2023년 6월에 결정될 전망이다.

부산이 다른 도시를 제칠 경쟁력을 가지려면 국민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도 국민 호응이 맞물려 가능했다.

세계박람회를 향한 부산의 본격적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이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부산시민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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