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학원재벌' 책걸상 농촌 기부 왜?…사교육 한파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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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11-0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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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둥팡, 中 전역서 7만개 이상 기부

  • 사교육 규제 강화에 무용지물 전락

  • 연말까지 4만명 이상 구조조정 예고

  • 성인교육 활로 모색, 전망은 비관적

사교육 업체 신둥팡 관계자들이 농촌 지역 학교에 기부할 의자를 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웨이보]


중국 최대 사교육 업체가 7만개 이상의 책걸상을 농촌 지역 학교에 기부했다.

정부의 강력한 사교육 규제로 영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조치라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남방도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학원 재벌인 신둥팡(新東方·뉴오리엔탈그룹)은 최근 보유 중인 책걸상을 농촌 지역에 기부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7만3366개를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둥팡이 수강생을 위해 주문 제작한 것으로, 책상과 의자 한 세트 가격이 600~700위안(약 13만원) 수준이다.

쓰촨성 청두에서 처음 시작된 기부 활동은 허난성 정저우, 산시성 시안, 안후이성 허페이, 후베이성 우한, 광둥성 포산, 하이난성 하이커우 등 중국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신둥팡은 위챗 공식 계정 등을 통해 "한 대의 붉은색 트럭이 돼 먼 곳으로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히며 기부 활동을 대대적으로 선전 중이다.

공산당과 정부 방침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미로 '붉은 트럭'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신둥팡이 책걸상 기부에 나선 건 중국 정부의 고강도 사교육 규제로 학원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공동으로 '솽젠(雙感)' 정책 추진을 발표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사교육 업체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했다.

신규 업체 설립이 금지됐고, 기존 업체도 비영리 기관으로 강제 전환토록 했다. 사교육 업체 관련 상장·투자도 제한됐다.

수많은 업체가 파산하거나 구조조정에 나섰고, 중국 전역에 100개 이상의 캠퍼스와 5만명 이상의 강사를 고용 중이던 신둥팡도 찬바람을 피해 가지 못했다.

홍콩·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는 신둥팡은 "11월 말까지 의무교육 단계의 학과 교육 서비스를 모두 중단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남방도시보는 신둥팡 내 소식통을 인용해 "연내 감원 규모가 4만명을 웃돌 것"이라고 전했다.

신둥팡은 대학생 및 성인 교육과 직업 훈련, 교양 강좌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일각에서는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내년 5월 발표될 2021회계연도 실적에 따라 신둥팡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책걸상 기부는 중국 사교육 업체들의 어려움을 방증하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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