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혼돈과 고난의 해였다. 계획에도 없었고 예상하지도 않았던 역병 세례에 꽤 오랫동안 몸살을 앓았다. 곧 끝나리라 여겼던 역병은 해가 바뀐 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멀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주위를 맴도는 탓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국민의 우울은 치솟다 못해 폭발하기 시작했고, '보복소비'로 이어졌다.

물론 여행도 보복소비의 수단이 됐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탓이 컸다. 뼈를 깎는 고통을 겪는 여행업계의 신음은 커져만 갔고, 그렇게 2021년도 고통스럽게 마무리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둠의 터널 속에 서서히 서광이 드리웠다. 쓰러져가던 여행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고사 직전에 처한 여행업계에 희소식이 들려온 것은 지난달부터다. 경영난에 처하고 직원 휴·퇴직 소식만을 간간이 전하던 여행사들은 '운영 정상화' 소식을 알려왔다. 복직 소식을 알리는 이가 늘었다. 오랜 쉼 끝에 일터로 향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퍽 들떠 있었다. 

7월 우리 정부와 여행 안전 권역(트래블버블)을 실시한 사이판의 경우 상품 예약자가 폭발했다. 8000명을 웃도는 이가 이미 여행을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기세를 몰아 최근 싱가포르와 여행 안전 권역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 여행 안전 권역은 오는 15일부터 실행된다. 

괌·사이판·유럽·미주 등 현재 여행이 가능한 지역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대만, 중국, 홍콩, 일본 등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국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여행사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코로나 시대 맞춤형 여행 상품을 재빠르게 내놓으며 모객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연말과 내년 설 연휴를 겨냥해 특정 지역 전세기 상품을 준비하는 여행사들도 더러 눈에 띈다. 연말연시 유럽 여행을 예약한 이는 2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됐다. 막연할 것만 같았던 해외여행 재개 신호탄은 그렇게 터졌다.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여행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도 해외여행에 대한 언급과 후기가 넘쳐나고 있다. 안전하게 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후기가 이어지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국민 여행 심리도 빠르게 녹아내렸다. 

1일부터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모임 인원과 영업 시간이 확대되는 등 우리 삶을 옥죄던 규제들이 느슨해졌다. 

정부는 하지 못했던 것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죄인인 양 숨어서 해야 했던 '여행'을 당당히 떠날 수 있도록, 이 여행이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쏟아낼 준비를 마쳤다.

우선 묶어놨던 숙박할인권 130만장을 다시 풀기로 했다. 온라인 숙박 플랫폼에서 숙소를 예약하면 최대 3만원을 할인해주는 내용으로, 지난해 추진하다 급격한 확산세 탓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지역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일부 지자체와 협업해 7만원을 초과하는 숙박시설 예약 시 5만원을 할인해주는 할인권도 7만장 배포할 예정이다. 이외에 국내여행 상품을 조기 예약하고 우선 결제하면 최대 40%까지 할인해주는 여행 할인사업을 함께 진행한다. 처음으로 웰니스 관광 축제도 연다. 

국내도, 해외도 여행 빗장이 점차 풀어지고 있다. 이토록 마음이 설레기까지 무려 2년여가 걸렸다.

물론 안심할 수 없다. 3일 기준 확진자는 2500명을 넘어섰다. 단계적 일상 회복 직후 터져 나온 최다 확진자 수다. 여행업 입장에서 11월은 상당히 중요한 시기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꺼져가던 불씨에 겨우 다시 불이 붙었고, 아직 활활 타오르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또다시 불씨가 꺼지면 영영 다시 불이 붙지 못할 수 있다. 

정부는 숙박할인권과 여행 상품 할인 외에 국민 치유와 여행업 생존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또 업계는 변화하는 추세에 맞춘 상품을 합리적으로 선보일 필요가 있다. 

잃어버렸던 여행의 설렘을 또다시 묻어버릴 수는 없다. 모진 세월을 힘겹게 견디고 겨우 되살아난 설렘의 불씨가 이제는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더 신중하고,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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