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출토된 금속활자 전시로 만난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성민 기자
입력 2021-11-02 16:0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국립고궁박물관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개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에 조선시대 전기 금속활자 '갑인자'가 전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6월 서울 인사동 피맛골에서 출토되어 화제가 된 조선 시대 전기 금속활자와 과학 유물 1755점이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국민에게 공개된다. 역사적으로나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자료들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과 (재)수도문물연구원(원장 오경택)은 오는 3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Ⅱ에서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을 개최한다.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인사동 출토 유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파편 한 조각까지 모두 포함해 유물 전체를 공개했다”라며 “발굴 조사에 의한 출품 유물임을 강조하기 위해 발굴터의 모습, 현장 소리, 발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구성했다. 크기가 작은 금속활자유물을 최대한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보조 장치도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부 ‘인사동 발굴로 드러난 조선 전기 금속활자’, 2부 ‘일성정시의와 조선 전기 천문학’ 등 총 2부로 구성했다.

지난 6월 발굴 당시,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한정되어 사용되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가 실물로 확인된 점, 한글 금속활자를 구성하던 다양한 크기의 활자가 모두 출토된 점 등은 최초의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화제를 모았던 금속활자들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1부에서는 한 점의 깨진 도기항아리가 등장하는데, 발굴 당시에 금속활자들이 전부 담겨 있던 그릇이다.

이번 발굴은 학술적인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릇을 지나면 제작 시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1300여 점의 활자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맞은편에는 주조 시기가 밝혀진 304점의 갑인자와 을해자, 을유자 활자가 전시되어 있다.

주조시기를 알 수 있는 활자는 갑인자(1434, 세종 16년) 48점, 을해자(1455, 세조 1년) 42점, 을유자(1465, 세조 11년) 214점이다.

활자 중 ‘火’(화)·‘陰’(음) 두 글자는 갑인자로 찍은 <근사록(近思錄)>(1435, 보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두 글자를 포함해 형태와 모양이 같은 활자 48점을 골라 책자와 함께 전시하였다.

을해자와 을유자로 확인된 활자는 각 <능엄경>(1461, 보물, 서울역사박물관 소장)과 <원각경>(1465, 보물, 호림박물관 소장)에 찍힌 글자를 확인했고, 해당 활자들이 을해자와 을유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된 금속활자를 관람객들이 더 잘 볼 수 있도록 전시장 여러 곳에 확대경과 사진을 담은 휴대용컴퓨터를 비치했다. 또한, 주조를 담당했던 ‘주자소 현판’과 조선 시대 활자 주조의 연혁이 적혀 있는 ‘주자사실 현판’도 이번 전시를 통해 볼 수 있다.

이상백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함께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에 세종 연간인 1437년에 제작된 주야 겸용 시계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가 전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부에서는 조선 전기 과학기술을 알려주는 유물들을 소개한다, 특히, 주목되는 유물은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다.

1437년(세종 19)에 국왕의 명으로 처음 제작된 주야겸용 시계로 중국에서 전래된 혼천의와 간의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크기를 소형화한 시계다. 낮에는 해 그림자로, 밤에는 별을 관측하여 시간을 측정하던 기구로, 그동안 기록으로만 확인되다가 처음으로 실물이 출토되었고, 비록 3개의 고리 중 한 개는 일부만 출토되었지만, 다행히도 전체 모습은 알 수 있다.

또한, 일성정시의의 사용 방법을 알 수 있도록 박물관 소장품인 ‘소일영’(小日影)을 전시했다.

해시계인 소일영은 눈금표가 새겨진 둥근 고리와 받침대, 석제 받침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밖에 직사각형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자동 물시계 부속품인 ‘일전(一箭)’을 볼 수 있다. 자동 물시계에는 시간을 알려주는 인형이 있는데, ‘일전’은 바로 그 인형을 작동시키는 구슬을 방출하는 부품이다. 이 일전이 자동물시계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 작동 원리는 무엇인지를 담은 영상도 공개됐다.

공개유물 가운데 제작 연대가 확실한 1점의 승자총통(1583년)과 7점의 소승자총통(1588년)도 볼 수 있다. 이 총통에는 제작한 장인의 이름, 제작 연도, 총통의 무게와 화약량 등이 기록되어 있다. 더불어 제작 연도(1535년)가 적혀진 동종(銅鐘) 파편과 정륭원보, 조선통보 등 금속화폐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인사동 발굴 현장의 하루와 발굴 참여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영상도 공개됐다. 또한, 음악가 박다울 씨가 이번 전시를 위해 출토 유물과 유적의 의미를 담은 곡을 직접 작곡하여 공개해 특별함을 더했다. 11월 둘째 주에는 박다울 씨가 전시실에서 직접 연주한 영상을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