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채권 투자자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 전망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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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1-10-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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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 우려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속속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채권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단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장단기 금리차는 줄어드는 모양새다. 미국을 비롯해 중앙은행의 긴축이 예고된 나라들의 채권 시장에서 단기 국채 수익률은 오르고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 등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되레 줄어 장기 국채 수익률은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볼티모어 항에서 트럭들이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모습.[사진=AFP·연합뉴스]

물가 압력이 강해지면서 신흥국뿐만 아니라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애버딘자산운용의 제임스 애시 투자담당자는 "큰 그림에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매파적인 중앙은행들의 전망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캐나다중앙은행(BOC)은 27일(이하 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매주 2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정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우려하며 이르면 2022년 2분기부터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히자 캐나다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장중 전장 대비 27bp(베이스포인트)까지 치솟았다.

호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27일 정부 보고서에서 호주의 근원 물가 상승률이 6년래 최고치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자 호주 3년물 금리 수익률은 한때 24bp 상승한 1.01%를 기록하기도 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이 근원 물가 상승률이 2023년 중반까지는 2%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지만, 올해 3분기에 2.1%를 기록하자 투자자들이 RBA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며 단기물 수익률은 올랐다.

RBA는 지난달 7일 회의에서 주간 채권 매입 규모를 기존 50억 호주달러에서 40억 호주달러로 줄이는 테이퍼링 절차에 돌입했다. 뉴질랜드중앙은행은 이미 10월 초반 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은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11월 회의를 통해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캐나다 등 각국의 단기국채 수익률 급등에 놀란 미국 국채 2년물 수익률 역시 크게 뛰었다. 미국 국채 2년물 수익률 급등은 다른 나라의 영향도 있지만, 이달 들어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이 커진 것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은 2022년 중 금리가 두 번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단기물 채권 수익률은 상승 중이다.

지난 22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주최한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준비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이후로 전망한 금리 인상 역시 더 일찍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연준 내 매파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의 장기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긴축 정책 진행으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연기금을 비롯해 각국 기관투자자들이 일제히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을 옮기며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에 들어간 것이 채권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장기 국채 수익률을 누르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27일 지난 7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이며 이달 들어 처음으로 2% 밑으로 하락했다. 이에 5년물과의 스프레드는 78bp까지 줄었다. 2020년 3월 이후 최저다. 

장단기 금리차 하락은 향후 경기 침체 전망을 반영한다. 통화 당국이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하며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단기 국채 수익률이 오르지만, 투자자들이 미래에도 경제가 계속해서 침체할 수 있다고 전망해 장기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금리 차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대형 은행인 내셔널웨스트민스터 은행의 존 브릭스 글로벌 경영관리 담당자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더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에 시장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신호를 반영하며, 장단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평평해지고 있다"라고 블룸버그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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