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꿨나?] ⑧하리원 “코로나 이후 베트남 음악의 뉴 트렌드는 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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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1-10-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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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베 가정 2세 출신...현지서 왕성한 연예활동 통해 '블루칩'으로 성장

  • "케이팝은 양국 잇는 문화매개체...한류 전도사로 일익 담당하고파"

“코로나19로 뒤바뀐 베트남의 음악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케이팝입니다." 

지난 25일 아주경제가 호찌민에서 만난 베트남 인기가수이자 배우인 하리원씨(이하 하리원). 현재 베트남 음악계에서 케이팝의 위상을 물어보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해외 출입이 힘들어진 팬데믹 시대. 베트남 음악계는 오히려 이전보다 국외 문화의 흐름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해외 출입국은 제한적이지만 역설적으로 국경 없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들은 훨씬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케이팝을 최근 명실상부한 주류 음악으로 밀어올렸다고 하리원은 강조했다. 

베트남 출신 귀화 한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베트남에서 연예인 활동을 하고 있는 하리원은 최근 거세게 몰아치는 한류의 영향력을 누구보다도 강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2016년 6월 발매한 싱글 '안끄디디(anh cứ đi đi)'의 포스터. [사진=하리원 제공]


2016년 베트남 가요 '안끄디디(anh cứ đi đi)'로 잘 알려진 하리원은 가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말로는 '그냥 가(You just go)'라는 뜻을 가진 안끄디디는 지금까지 베트남 주요 음원차트 중 하나인 징엠피3(Zing MP3)에서 재생수 2억290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공식 뮤직비디오도 4400만뷰를 기록하고, 리믹스 버전의 비디오도 710만뷰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케이팝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베트남 연예계에서도 한국 국적이거나 한국 혼혈인 엔터테이너들이 이른바 ‘로컬라이징(현지화)’된 한류 스타로 활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의 감성을 두루 겸비한 이들은 현지 연예계의 블루칩으로 꼽히며 베트남 엔터테인먼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리원은 대표적 스타다. 해가 갈수록 열기를 더해 온 한류 열풍은 베트남 내 하리원의 인기를 더욱 공고히 다져주는 데도 영향을 주었다. 
 

2019년 하리원의 'Galaxy of Love' 미니 콘서트. [사진=탄니엔(thanhnien) 누리집 갈무리]


◆베트남 현지화 진행되고 있는 케이팝 

하리원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초·중 학창시절은 호찌민시에서 보냈다. 그러나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다. 일찍부터 연예인을 꿈꿨던 하리원은 지난 2003년 한국에서 4인조 걸그룹 ‘키스(Kiss)’로 데뷔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아 2년 만에 해체되자 베트남으로 다시 이주했다. 

베트남은 하리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2007년 참여한 오디션 프로그램 ‘틴스 댄스 스텝(Teen's dance Step)’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가수 활동을 했다. 특히 2013년 리얼리티쇼인 ‘어메이징 레이스 베트남’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과 영화 출연, 음반 등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 2016년에는 ‘베트남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인기스타 쩐탄(Trấn Thành)과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개인 유튜브 채널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하리원에게 케이팝은 팬들과 소통하는 좋은 통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케이팝이 베트남에서도 워낙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니 유튜브 방송에서 케이팝 커버송이나 커버댄스를 종종 하게 되는데, 베트남 친구들이 자주 듣는 한국 노래를 커버할 경우 팬들의 호응이 크다는 것이다. 하리원은 "호응이 크다 보니 가끔씩이라도 유튜브 방송에서 이벤트성으로 요즘 인기 있는 한국 노래를 팬분들께 들려드리곤 한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베트남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들은 이런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의 걸그룹 티아라 댄스곡들의 경우, 많은 베트남 유튜버들이 안무를 따라하는 커버댄스 영상을 선보였고 일부 유튜버들은 커버댄스 공연을 실황으로 중계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수이자 배우인 하리원. [사진=하리원 제공]


하리원은 베트남 엔터테인먼트에서 케이팝 스타일은 이른바 '대세'로 평가받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케이팝은 그야말로 주류가 되다 보니 그에 따라 케이팝 스타일을 따라가는 연예인들도 크게 늘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베트남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이를 나쁘다고 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계에서 오랜 기간 몸담아온 하리원은 케이팝은 이제 단순히 일부 한국 가수들만의 전유물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하리원은 "베트남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글로벌 음악계를 선도하고 있는 케이팝 음악스타일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제 많은 베트남 친구들이 한국 가수들의 옷차림 등 패션, 그리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배우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예 케이팝 스타일로 밀고 나가는 가수가 있는 반면, 어떤 가수는 케이팝에 미국 팝 스타일을 섞어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베트남이 한국과 같은 동양권 문화를 갖고 있다 보니 요즘에는 한국 스타일의 노래와 패션을 베트남 음악업계가 가장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때문에 요즘 베트남 아이돌그룹은 언뜻 보면 한국 아이돌그룹과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면에서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리원은 지적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해외 케이팝 열풍의 역사가 가장 긴 지역 중 하나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가수들의 인기가 높아진 이 지역에서는 세대를 이어가면서 케이팝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문화전문매체 하이프봇닷컴은 "케이팝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지리적 접근성이 높아 팬들은 디지털 스트리밍뿐만 아니라, 현장 콘서트 등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동시에 케이팝의 순수하고 긍정적인 가사들은 아시아의 문화적 성향과도 잘 들어맞았다. 무엇보다 젊은 인구층이 많은 인도네시아(28%), 베트남(27%) 등은 화려하고 아이돌이 등장하는 케이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분석했다.

영향력을 미치는 지역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케이팝은 점차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팝은 더 이상 한국에서 데뷔해 한국말로 노래하는 한국 가수를 의미하고 있지 않다.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는 글로벌한 인기를 누림과 동시에 태국에서 기존 케이팝 팬덤과는 다소 다른 양상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케이팝 스타일 그룹이 국외에서 자생적으로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실제 케이팝은 베트남 대중가요(V-POP)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하리원은 지적했다. 그는 "아무래도 이제 한국적 정서에 따라 서정적인 노래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서정적이면서 뭔가 세련된 발라드, 이런 베트남 음악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V-팝이 케이팝의 영향을 시간이 갈수록 더욱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했던 정병욱 평론가는 케이팝 열광이 지속되는 상황 중 하나로 '현지화'를 꼽기도 했다. 정 평론가는 "해외에서 자생한 케이팝이 향후에는 새로운 장르, 새로운 유행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케이팝이 장기화하고 오래 살아남으면 충분히 현지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케이팝의 영향력이 세대를 지나 형성되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이미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8년 11월 베트남 호찌민시에 열린 'VLive Year End Party 2018' 콘서트에서 '베트남 발라드 왕자'로 유명한 수빈황선(Soobin Hoang Son)과 한국 유명 걸그룹 티아라 지연의 컬래버 무대. [사진=네이버 브이라이브(VLIVE)]


◆케이팝은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적 통로 

베트남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하리원은 현지에서 케이팝의 인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케이팝은 베트남 어디에서나 굉장히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됐다. 평범한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접할 수 있다. 케이팝의 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베트남팝(V-POP)과 더불어 주류 음악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특히 최근에는 블랙핑크와 BTS의 인기가 정말 대단하며, 베트남 거리에서 그냥 어느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이들을 아는 사람이 대다수일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하리원은 폭발적으로 퍼지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는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적 통로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고 했다. 하리원은 “케이팝은 가장 일선에서 한국과 베트남을 이어주고 있다"면서 "케이팝이라는 문화매개체를 통해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한국에 대한 관심도 더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노래를 듣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다가, 음식에 빠지게 되고 이후 문화, 풍습 그리고 다양한 한국의 배경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하리원은 “과거 베트남에서 해외 대중음악이라면 미국의 팝이 전부였지만 뉴노멀 시대에는 케이팝이 단연 강세가 될 것”이라며 “더 많은 베트남인들이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도록 ‘한류전도사’로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하리원의 '경계성'은 오히려 그에게 새로운 경험과 세계를 열어주었다. 하리원은 "어린 시절부터 한국과 베트남에서 받고 누려왔던 게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양국에서 성장하면서 받았던 도움의 손길을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이제는 무언가를 돌려줄 수 있는 자리에 섰다"면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불우아동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0 한-베 컬래버 콘서트.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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