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순 할머니 증언 30주년] "일본이 사과할 때까지 외침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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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10-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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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에 대한 잘못된 인식 여전…이해관계 얽혀

  • 위안부는 한국인 결집…여가부 "기념사업 지속"

지난 13~14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2021 여성인권과 평화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가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학순 할머니 증언 30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콘퍼런스다.

김 할머니 증언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이제 14명만 남았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며 양지로 나서기까지 60여년이 걸렸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곳곳에서 역사 왜곡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들 인권 회복을 위해 세운 '평화의 소녀상' 훼손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사죄는 아직···손해배상 소송은 희비 갈려
 

일본 교토부(京都府) 교토시의 한 시설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가운데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고(故) 김학순씨(1924∼1997)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할머니는 1991년 8월 14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기자회견에서 일본군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렸다.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8월 14일을 '기림의 날'로 지정했다.

무려 30년이 지났지만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규정하는 등 잘못된 역사 인식 문제가 터져 나온다.

앞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에서 "김학순은 일본군 성노예제의 피해자임을 당당히 밝히며 역사적 진실을 요구했고, 국내외 피해자들이 미투로 화답했다"며 "성폭력이 보편적 인권문제가 됐고, 전시성폭력에 관한 국제법적 원칙이 세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사죄할 때까지 계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피해 배상금 문제도 남아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으나 피해자는 배제한 채 이뤄져 논란이 컸다. 당시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108억원)을 출연해 화해치유재단을 설립,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했으나 피해에 대한 배상은 아니었다.

법정에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지난 1월 고 배춘희 할머니 유족 등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1심 승소했다. 원고 1인당 1억원을 청구했다. 일본은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 법원에서 재판받지 않을 권리(주권면제)를 내세우며 소송에 대응하지 않았다. 1심 패소 후 항소도 하지 않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반면 곽예남·김복동·이용수 할머니 등 20명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지난 4월 1심 패소했다. 일본의 주권면제가 적용된 것이다. 재판부는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 사건도 국가면제 적용에 예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1월과는 정반대 판결에 이용수 할머니는 선고 내용을 듣던 도중 법정을 나갔다.

이후 5월, 이용수 할머니는 대표로 항소했다. 그러나 일본과 독도 등 영토 문제와 각종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이유로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도 쉽지 않다. 유네스코가 2017년 등재 보류를 결정한 이후 일본은 공동등재를 명목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일본이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고 있어 유네스코가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네스코는 '상대국이 불편해하는 사안은 양국 간 대화를 거친다'는 기준을 반영해 등재 절차를 개편하고 있다.

◇"국가기관 역할 중요···주권면제, 고정적 개념 아냐"
 

'2021 여성인권과 평화 국제콘퍼런스' 온라인 진행 화면. [사진=유튜브 갈무리]


최근 열린 '여성인권과 평화 국제콘퍼런스'에서 크리스틴 친킨 런던정치경제대학 여성평화안보센터 전문연구위원은 국내외에서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판결 의미를 분석했다.

크리스틴 전문연구위원은 "국제사법재판소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 관습법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라며 "관할권을 가진 법원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어디에서 불법 행위가 자행됐는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제재판소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국가기관 존재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불처벌을 중단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권면제에 대해선 "피해자 목소리를 못 듣고,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게 된다"며 "국가 차원에서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권면제를 고정적인 개념으로 봐선 안 된다"며 "일본의 행동(역할)을 살펴보면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고, 이는 고용법이나 고용관계에서 나타나는 것과 다른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아키야바시 코즈에 일본 도시샤대학교 교수와 김엘리 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교수 등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연대활동 현장 모습을 생생하게 전했다.

특히 아키야바시 교수는 "일본 사법부는 (위안부 등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보상이나 사과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며 "생존자들의 나이가 많아지는 가운데 '시민법정'과 같은 새로운 방법을 떠올려야만 했다"고 되짚었다. 시민법정은 2000년 도쿄 야스쿠니 신사 옆에서 열린 '도쿄법정'의 계기가 됐다.

레기나 뮐하우저 독일 함부르크사회연구소 연구원과 정용숙 춘천교대 교수 등은 전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연합군, 독일, 유럽, 일본 등 국가별 대응 양식을 비교·분석했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는 탈식민 민족주의와 보편적 여성인권이라는 두 축으로 이해되지만, 현실에서는 반일감정에 호소할 때 군중의 열렬한 반응을 얻는다"며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위안부는 각종 정치적·사회적 이슈로 대립하거나 갈라진 한국인들을 결집하는 위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위안부 문제 조사와 연구, 미래세대 역사교육, 그리고 관련 분야 논의가 더욱 심화할 수 있도록 기념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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