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바다 건너 불구경? 기상이변 쓰나미가 우리동네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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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입력 2021-10-0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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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최근 휴가차 제주도에 갔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몇 년 만에 비행기를 타 본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코로나가 아니라 날씨 이야기다. 정확히는 이상 기후, 기상이변에 관해서이다.

이상 기후 현상이 미국이나 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날씨가 변덕스럽기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귀경하는 길에 느낀 서울 날씨도 제주도 못지않게 변화무쌍했다. 김포공항에는 햇빛이 쨍쨍한데 시내 쪽으로 오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내가 다시 제주도에 왔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서울 혹은 그보다 범위를 조금 좁혀서 옆 동네를 이동하면서도 이쪽 동네는 폭우가 쏟아지는데 바로 옆 동네는 비 한 방울 안 왔던 것처럼 맑다. 폭우가 쏟아져도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비에 맞아 아플 지경이다. 폭염으로 인한 캘리포니아의 산불, 때아닌 브라질의 폭설, 유럽의 폭염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우리 동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상 기후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반세기 만에 지구촌 날씨, 우리 동네 날씨가 급격히 변화되고 변덕이 심해진 배경에는 빠른 산업화와 갑자기 늘어난 온실가스 배출이 주요 원인이다. 지구가 품을 수 있는, 견딜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연구결과가 식상할 정도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진짜 문제는 짙어진 온실가스 농도가 아니라 온실가스나 이상 기후에 관해 걱정만 하고 돌아서서는 덥다고 난리치면서 에어컨 리모컨을 찾는 무책임이나 무감각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무감각이라고 둘러대기에는 여름이면 여름마다 정말 너무 더웠다. 뜨겁고 후텁지근한 게 머리가 아플 정도다.

그렇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은 상상 이상의 재난을 일으킬 것이다. 우리들의 손자 혹은 증손자들이 한창 사회에서 활약할 때인 약 100년 후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해 얼음이 줄고 빙하가 녹으면서 마천루가 즐비한 해안가 유명 도시들 상당수가 바닷물에 잠길 것이다. 유엔 보고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 현재 살아가고 있는 방식을 고수할 경우 약 100년 후인 2100년에는 기온이 약 4~5도 상승한다고 한다. 이 경우 적도 지방과 열대 지방에 사는 사람은 자기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기도 전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참혹한 모습을 그려놨다. 온대 지방은 열대 지방이 될 것이고 그마저도 면적이 줄어들 것이다. 상당 면적이 바닷물 속으로 잠길 것이기 때문에.

암울한 미래가 전망되는 가운데 인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러나 그 이전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연합(EU)에서 추진하고 있는 녹색정책(European Green Deal)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계속 줄이면서, 동시에 지구에 남아있는 온실가스는 흡수하여 결국에는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이 ‘0(제로)’로 되게끔 하는 개념인 ‘탄소중립’ 시한을 2050년으로 못 박은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단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기후 대응 입법안 패키지인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이 패키지에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종의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배출권거래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상품을 수입할 때에는 관세 차원에서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출시를 금지하고, 항공 및 해운 부문에서의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것을 독려하는 등 에너지 부문에서 강한 규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의회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토론이 예상되지만, 결국에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이어야만 할 것이다.

유럽과 교역을 하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격 규제나 생산규제가 걱정될 것이다. 탄소 사용 부과금이 가중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한국은 아직까지 전기차·수소차보다는 내연기관차가 훨씬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탄소국경조정제도나 내연기관 퇴출 등과 같이 한국 기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그와 동시에 EU의 이와 같은 탄소배출 저감 노력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탄소를 줄이는 것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EU의 규제 조치로 인해 국내 기업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단 정부 차원에서는 세계무역기구 협정과 정합성 측면에서 타당한지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EU의 환경 조치가 선도적이기는 하지만, 이런 이유로 다른 국가들과 통상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어서 같은 입장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하여 급격한 규제 도입을 지연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조치는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 친환경 모드로 빨리 전환하는 것이다. 기업은 친환경 기술을 더욱 견고하게 장착하도록 연구개발에 투자를 더 많이 할 필요가 있다.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 명목상으로는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는 정부는 민간을 독려해야 한다. 민간 부문에서 친환경 전환의 물결에 더 빨리, 더 많이 올라 타도록 하기 위해 친환경 물결에서 소외되는 산업, 노동자 및 지역이 없도록 공정한 전환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다. 화석연료만 사용하는 것에서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발걸음을 돌리지 않으면 기상이변의 쓰나미가 우리를 덮칠 것이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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