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조영철 현대제뉴인 사장, 현대重그룹 안살림 설계한 재무 전문가

윤동 기자입력 : 2021-09-27 06:00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10년 동안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수차례나 단행해왔다. 동시에 그에 발맞춰 지배구조도 계속해서 개편해왔다.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재인수했다. 1990년대 후반 자금난으로 매각했던 회사를 다시 인수한 것이다. 또 2016년에는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해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을 또 한 번 물적분할해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올해는 조선부문 계열사가 된 현대중공업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그 전후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해 건설부문 중간 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을 설립했다.

지난 7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과 함께 현대제뉴인 대표이사로 선임된 조영철 사장은 최근 10여년 동안의 현대중공업그룹의 굵직한 움직임에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30년 넘게 일하면서 그룹 재무구조 혁신에 공헌한 재무 전문가로 평가된다.

◆현대오일뱅크·한국조선해양 부활 이끌어···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관여

조 사장은 권 회장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단적으로 그는 권 회장이 2010년 현대중공업에서 현대오일뱅크로, 2014년 다시 권 회장이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할 때 함께 이동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 시기였던 1990년대 후반 자금난으로 현대오일뱅크를 매각한 이후 20여년 만에 되찾는데 성공했다. 조 사장은 피인수된 현대오일뱅크로 이동해 재무부문장을 맡아 재무 건전성 및 경영 개선 작업을 수행했다. 그 결과 2009년 말 238.4% 수준이었던 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별도기준)은 2013년 말 181.6%로 56.8%포인트 개선됐다.

이후 조 사장은 2014년 권 회장과 함께 위기의 현대중공업으로 되돌아왔다. 당시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은 2014년 조선과 플랜트 부문의 문제로 별도기준 1조92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한 권 회장은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한 권 회장은 즉시 '경영진단 태스크포스(TF)'를 꾸렸는데 TF팀장으로 조 사장을 낙점했다. 이에 조 사장은 TF팀을 이끌고 구조조정을 견인했다. 조 사장의 노력에 힘입어 2014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이듬해인 2015년 734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2016년에는 1조29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완전히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조 사장은 권 회장과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관할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4월 비조선사업부인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로봇투자부문을 각각 현대일렉트릭,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티스 등으로 인적분할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이때 현대로보틱스는 그룹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됐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지주가 조선·정유·건설·AS 부문 등 자회사를 지배하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오너일가의 계열사 지배력은 높아졌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가 마련됐다.
 

조영철 현대제뉴인 사장. [사진=현대중공업지주 제공]
 

◆대우조선해양 M&A도 진두지휘···현대중공업 IPO도 설계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5월에는 상장사인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사업자회사 현대중공업은 비상장사로 전환하고, 한국조선해양을 상장사로 두면서 중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M&A를 추진한 것과 연관이 깊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지주사 체제 아래에 편입하기 위해 한국조선해양을 중간 지주사로 설정해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을 지배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조 사장은 한국조선해양의 초대 경영진(사내이사)으로 합류해 중간 지주사 전환과 대우조선해양 M&A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중간 지주사 체제 도입 직전인 2019년 1월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M&A에 합의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완전히 인수하기 위해 현물출자와 유동성 투입 등을 골자로 한 다소 복잡한 과정의 거래 계약을 맺었는데, 이에 대한 실무를 조 사장이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이 맺은 M&A 관련 계약 기한이 지난 6월 말에서 이달 말로 연장된 상태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M&A에 필수적인 유럽연합(EU) 등의 기업결합심사 통과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심사 통과로 M&A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존에 육성한 국내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함께 국내 2위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을 동시에 가져가게 된다.

또 조 사장은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로서 현대중공업의 IPO 구조 등을 설계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월부터 '친환경 선박의 퍼스트무버, 선제적 투자를 통한 초격차 달성'이라는 비전을 앞세워 IPO를 공식화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월 상상하기 어려웠던 공모가 6만원으로 1조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상장 조선사의 기업가치가 저평가 받고 있던 시기라 이 같은 계획을 허황되다고 생각하는 관계자도 많았다.

그러나 1월 이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선박 발주가 한꺼번에 몰리고 친환경 규제로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연일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이로써 상장 조선사에 대한 저평가도 해소되면서 현대중공업도 이달 IPO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이달 중순 마무리된 현대중공업 공모주 일반 청약 증거금은 56조5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선업계에서는 조 사장과 현대중공업이 뚝심 있게 기업가치를 밀어붙인 결과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향후 그룹 건설부문 사업 재편이 과제

조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설립에 관여한 것처럼 건설부문 중간 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의 설립에도 기여했다. 현대제뉴인은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위해 올해 1월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었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7월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SPC였던 현대제뉴인을 건설부문 중간 지주사로 정식 출범시켰다. 이때 권 회장과 동시에 조 사장이 대표이사로 낙점됐다.

향후 조 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를 개선과 동시에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효율적 통합 등의 사업 재편을 이끌게 됐다. 사업 재편은 현대제뉴인 산업차량 사업 인수, 현대건설기계 해외생산법인 지분취득, 두산인프라코어 무상감자 및 유상증자 실시 등 크게 세 가지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현대제뉴인은 사업 회사간 시너지 창출 계획에 따른 비전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제뉴인은 양사를 컨트롤하는 중간지주회사로 단·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2025년 매출 10조원, 글로벌 시장점유율 5% 달성을 통해 글로벌 상위 5개사 내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조 사장이 현대제뉴인의 사업 재편과 중간 지주사로서 역할 확립 등을 무난히 해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10여년 동안 진행해왔던 수많은 M&A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권 회장을 도와 수행한 인물"이라며 "그야말로 현대중공업그룹을 설계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닌 재무 전문가"라고 말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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