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 모여 다행"vs "앞으로도 간소화"...코로나19 속 추석 귀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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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윤혜원, 권성진 기자
입력 2021-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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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귀성객 "불안해도 추석 외면 어려웠다" 대다수

  •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 거리두기 지침...'어려움' 토로

 

17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모습. 한 칸씩 건너 앉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으로 빈자리가 성성했다. [사진=권성진 아주경제 수습기자]


17일 오후 2시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방향 대합실. 멀리서는 빼곡히 들어찬 대합실 풍경도 실상 한 칸씩 건너 앉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으로 빈자리가 성성했다. 마스크를 코까지 올리고 소파에 앉아 있는 귀성객들의 모습에는 고향에 간다는 설렘과 재잘거림보다는 무거울 정도로 차분한 침묵만 흘렀다. 대합실이 아닌 탑승구도 마찬가지였다.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창구 직원은 “명절에 터미널을 방문하는 인원이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30~40%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봉래동에 위치한 서울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여느 때처럼 귀성객들로 붐비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본 시민들의 면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북적북적한 명절 풍경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아쉬움이 스며들어 있었다.

◆"불안해도 추석 외면 어려웠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대다수 귀성객들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으로 불안하지만 추석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부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김한샘씨(30, 남)는 이날 오후 3시 부산 출발 버스표를 끊었다. 비교적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대한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 시간으로 예약했다”며 “예전에는 불안해서 자가용으로 운전해서 갔는데 사정상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버스 시간이라도 신경 썼다”고 말했다.  

명절 전 건강검진을 마치러 아들과 함께 서울을 찾았다는 전천택씨(81)는 “횡성에 아들 내외와 같이 사는데, 원래대로라면 본가인 우리 집에 전국 각지에 퍼진 친척들이 다 모였을 것”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이번엔 아들 내외와 집에서 밥이나 먹기로 했다”며 섭섭함을 내비쳤다.
 

17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찾은 귀성객들이 간격을 유지하며 버스를 타고 있다. [사진=권성진 아주경제 수습기자]


◆"직계라도 모여 다행"vs "앞으로도 간소화됐으면"

이날 오후 서울역은 여행용 가방과 쇼핑백, 보따리 등을 짊어지고 기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추석에 대한 시민들의 소감에는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대다수 귀성객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명절에 가족과 친지들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권교은씨(20, 여)는 “예전에는 할아버지의 형제들까지 합쳐서 20명 가까이 모였는데 이제는 6명만 모인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북적북적한 느낌이 사라지고 용돈이 아쉽기도 하다. 잔소리가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잔소리가 그리워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아들 집으로 향하는 김모씨(88, 여)도 “이제는 명절이 명절 같지도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원제한이 생기자 오히려 명절이 부담스럽지 않아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남 창원으로 향하는 이수민씨(28, 여)는 “6촌이 넘는 먼 친척, 이름도 모르는 분들은 모이지 않는 점이 오히려 편리하다”라며 “앞으로도 간소화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다수 시민들은 장기화된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지친 듯, 직계가족이나 형제·자매들과의 만남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홀로 강원도 강릉 귀성길에 오른 이모씨는 “현재 서울 딸네 집에서 지내며 손녀를 돌봐주다가 명절을 맞아 시가를 찾게 됐다”며 “손녀를 돌봐주면서부터 강릉에 사는 남편과 떨어져 지냈는데, 근 석 달 만에 만난다”고 미소를 지었다.

마산으로 향하는 허모씨(27, 여)는 “아버지께서 ‘이번 추석에는 집에 오는 것을 참으라’고 하셔서 고민했다”며 “그래도 부모님을 보고 싶은 마음에 결국 고향에 가기로 했다. 마산으로 가는 길에 휴게소 화장실도 안 갈 것이다”라고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난다는 기대에 들뜬 마음을 내비쳤다.

울산으로 향하는 귀성객 김모씨(36)는 “울산에 있는 부모님 댁에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저희 부부 모두 백신 접종을 마쳐서 마스크 잘 끼고 다녀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여느 때처럼 귀성객들로 붐비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본 시민들의 면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북적북적한 명절 풍경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아쉬움이 스며들어 있었다. [사진=윤혜원 아주경제 수습기자]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 거리두기 지침...'어려움' 토로

추석을 맞아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일주일간 수도권 등 거리두기 4단계 지역의 ‘가족 모임’에 한해 모임 기준을 완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4단계 지역 가족 모임의 경우 미접종자나 1차 접종자는 4명까지만 가능하고, 접종완료자를 포함하면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하지만 식당이나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선 만날 수 없고 가정 안에서만 만남이 가능하다.

비수도권 등 3단계 지역은 추석 연휴와 관계없이 예방접종 완료자를 포함하는 경우 8명까지, 모든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또 오는 26일까지 추석 연휴 기간 요양병원·시설의 방문 면회가 허용된다.

이에 대해 이날 대구에 있는 본가를 찾을 예정인 취업준비생 송모씨(26, 여)는 “명절 동안 거리두기가 풀렸다는 걸 전혀 몰랐다”며 “거리두기 지침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자주 바뀌어서 일일이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인데 코로나 때문에 지난 설날에 이어 이동도, 모임도 제한을 받고 있다”며 “백신 접종이 빨리 끝나고 방역 제한이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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