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두환 반대세력 '역쿠데타' 모의 알았지만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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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9-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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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국무부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 문건 공개

전두환 전 대통령[사진 = 연합뉴스]



미국이 한국군 내에 12·12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을 몰아내려는 '역쿠데타' 모의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수했지만, 이에 반대했다는 문서를 공개했다. 1980년대 초 일부 군부 세력이 '역(逆)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이와 관련한 미국 측 외교 전문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16일 외교부는 미국 카터 대통령 기록관으로부터 최근 5·18 민주화운동 관련 미국 정부의 비밀 해제 문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문서 사본은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도 공개됐다. 새로 비밀이 해제된 206쪽 분량의 전문 중에는 주한미국대사관이 1980년 2월 1일 한국군 내 반(反)전두환 움직임을 담아 국무부에 보고한 내용도 있다. 

전문은 ‘이준범 장군(General Rhee Bomb June)’으로부터 12·12 사태를 되돌리려는 군 내부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고했다. 이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범준 장군은 당시 국방부 방산차관보로 추정된다. 최용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1과장은 "제보자 신원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범준 당시 국방부 방산차관보로 추정되는데 이미 돌아가셔서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류병헌 합참의장도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과 대화에서 육군 내 "더 많은 문제"(further troubles)가 발생할 조짐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됐다. 역쿠데타 모의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의 회고록에도 나왔는데, 대사는 모의 주체를 ‘선배 장교그룹’으로만 묘사했다.

미국대사관은 즉각 움직이지 않고 ‘역쿠데타’ 움직임 제보 배경 파악에 나섰다. 역쿠데타에 대한 미국측 반응을 떠보려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군 내 분열이 1979년 전두환이 주도한 군사 쿠데타인 12·12사태보다 더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사관은 "미국 정부는 한 군집단이 12월 12일 일어난 일들을 되돌리려 하거나 다른(쿠데타) 세력이 정부를 완전히 장악하는 수준으로 입지를 더 강화할 경우 한국에 처참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믿는다는 점을 모든 관련자에게 최대한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했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전두환을 몰아내려는 군 내 움직임을 사실상 막으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사관은 이 장군에게 답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침묵을 역쿠데타에 대한 묵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는 12월 12일 군 권력을 장악한 지휘관들이 입지를 더 강화하거나 민간정부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다른 장교들이 12월 12일 일어날 일을 되돌리려고 시도하는 것도 똑같이 위험하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이 장군에게 전달하겠다고 국무부 승인을 요청했다.

다만, 공개된 문서에는 5.18 당시 누가 광주시민에 발포를 명령했는지 등 군사작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없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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