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로톡 혁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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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9-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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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변호사]


변호사 소개 플랫폼 로톡(LAWTALK)을 운영하는 (주)로앤컴퍼니는 국내 전체 변호사의 약 16%에 달하는 4000명의 변호사가 가입하고, 광고 사이트를 통해 집객을 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진짜 ‘혁신의 비밀’은 따로 있다.

로톡은 먼저 변호사들은 하지 못하는 광고를 마음껏 하면서 잠재 수요층을 흡수해 갔다. 일반 개업 변호사들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엄격한 광고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변호사들은 버스 외벽광고와 입간판 광고를 할 수 없다. 로톡 외의 이른바 ‘리걸테크’ 업체들 역시 이러한 제약을 침범한 적은 없다. 개업 변호사들이 광고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는 동안 로톡은 이를 무시했다. 그리고 변호사들에게 마땅히 돌아갈 잠재적 의뢰인들을 자신들의 사이트로 유인했다. 이것이 첫 번째 혁신의 비밀이다.

두 번째로 로톡은 현금을 살포하는 등 부당한 방법을 통해 회원 가입을 유도했다. 지난해 로톡은 설문조사를 한다며 형식적으로 가입 신청만 하면, 실제 프로필을 입력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현금 10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당시 설문조사에 참여한 변호사는 무려 1,000여명에 육박한다. 이것이 두 번째 혁신 비밀이다.

세 번째로 로톡은 활동 변호사 숫자를 부풀려 광고하면서 소비자들을 기만했다. 그동안 로톡은 “로톡을 방문하면 4000여명의 변호사와 만날 수 있다”며 마치 4000명의 변호사가 로톡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선전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 로톡은 자신들에게 광고비를 지불한 소수의 유료 회원을 상위에 노출시켜 매칭을 유인한다. 그리고 비활성 회원, 휴면회원은 사이트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데, 자신들의 회원 규모에 포함시켰다. 심지어 4년 전 사망한 회원도 최근까지 로톡에 프로필이 게재돼 있었다. 로톡은 사이트에 실제 노출된 회원 숫자와 자신들이 주장하는 숫자가 왜 그렇게 다른지 그 이유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네 번째 비밀은 ‘적자 광고’다. 지난해까지 로톡의 누적 적자는 무려 100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외형을 부풀리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광고를 집행해 왔다. 이러한 적자 광고는 당연히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이 아니다. 따라서 로톡이 일정 부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순간 투자금 회수를 위한 이용료 상승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다섯 번째는 고객이 아닌 투자자 중심의 경영 행보다. 로톡의 대표와 임원은 이미 수차례 스타트업을 설립한 뒤 이를 매각해 이른바 ‘엑시트’에 성공한 바 있다. 로톡은 자신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벤처업계 카르텔과 이들이 제공해 주는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이들은 투자 자본을 유치한 뒤, 마케팅과 홍보를 통해 성과를 부풀리는 식의 자본 논리에 익숙하다. 로톡이 자사의 핵심 고객층인 변호사 사회의 여론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이유다.

로톡의 시선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곳을 향하고 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벤고시닷컴’을 설립한 ‘모토에 다이치로’사장을 만나 조언을 듣고 투자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일본인 사업가의 조언이 어땠을지는 모르나, 변호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 변호사 단체와 대립각을 세우라는 행동을 조언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김민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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