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배터리 삼국지…애플카·친환경 호재에 상승세 계속된다

이재빈 기자입력 : 2021-09-12 08:50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제품. [사진=삼성SDI 제공]


배터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의 볼트 리콜이라는 악재가 촉발한 배터리주 시가총액 1위 경쟁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경쟁에서도 순위 변동이 일어나면서다. 다만 배터리 산업 자체가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성을 갖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모두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 치열한 배터리 '대장주' 쟁탈전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날 전일 대비 1.07%(8000원) 하락한 74만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전날 52조8030억원에서 52조2383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대비 각각 0.13%(1000원), 1.21%(3000원) 상승한 75만원, 25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특히 삼성SDI는 이날 상승으로 시가총액 51조5733억원을 기록하며 배터리주 시총 1위 LG화학과의 격차를 6650억원으로 줄였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4거래일간 LG화학을 제치고 배터리 대장주 지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 LG화학의 시가총액이 53조5089억원으로 하락하면서 같은날 시가총액이 54조1864억원으로 상승한 삼성SDI가 배터리주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면서다. 하지만 이후 LG화학이 서서히 반등하고 삼성SDI는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면서 지난 6일 LG화학이 다시 배터리 대장주 지위를 탈환했다.

◆ 악재가 촉발한 쟁탈전…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도 '제동'

시가총액 격차가 10조원 이상에 달했던 배터리 삼국지의 형세가 급변한 배경에는 GM의 볼트EV 전량 리콜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 GM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차량 화재 문제 해결을 위해 약 7만3000대의 쉐보레 볼트EV를 리콜하겠다고 밝혔다. 리콜 비용만 10억 달러(약 1조1703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GM에 배터리를 공급한 배터리업체가 LG화학이라는 점이다. 화재 원인이 배터리 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LG화학이 대규모 리콜 비용을 배상해야 하는 셈이다.

LG화학의 대규모 리콜에 따른 비용 발생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LG화학의 배터리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현대차의 코나EV 리콜 비용 60%를 부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코나EV도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한 배터리가 장착된 모델에서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볼트EV 전량 리콜 결정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에도 제동을 걸었다. 리콜 비용 분담에 따른 이익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들이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며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LG엔솔의 상장 지연은 그룹 전체에도 뼈아픈 대목이다.

◆ 주춤하는 대장주 추격하는 삼성SDI·SK이노베이션

LG화학이 리콜에 따른 충당금으로 주춤하는 사이 시가총액 2, 3위 업체들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미국 전기차 벤처기업 리비안에 각각 3조원, 1조원 투자를 검토하는 중이다. 또 일리노이, 미시간, 조지아주 중 한 곳에 미국 내 배터리셀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도 중국에 네 번째 배터리 공장 건립을 위해 현지 법인에 10억6000만 달러 출자를 결정했다. 특히 증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올해 40GWh인 생산량을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로 늘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시장 사용량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7.4%를 기록하며 5위를 차지했다. 6월까지 꾸준히 5위 자리를 지켜오던 삼성SDI를 제치고 'TOP5'에 진입한 셈이다. SNE리서치가 집계하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SK이노베이션이 삼성SDI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악재에도 LG화학에 베팅한 개미…외국인도 돌아오나

선두인 LG화학이 악재를 마주하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매섭게 추격하고 있음에도 개미들은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개인은 LG화학 주식 129만2777주를 순매수했다. 개인들은 15거래일 중 지난달 25일과 이달 6일부터 9일까지 5거래일을 제외한 모든날 순매수에 나섰다.

반면 삼성SDI는 같은 기간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며 17만3541주 순매수에 그쳤고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6일과 지난 1일, 9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순매도 행렬을 지속하면서 92만6681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도 LG화학에 돌아오는 모양새다. 지난 6일 8만4141주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9일과 10일에도 순매수를 기록했다. 리콜 사태 이후 대량으로 매도하던 외국인들이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판단, 다시 매수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 성장성 여전한 배터리…당분간 강세 지속

배터리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들 3사 모두 장기적으로는 높은 성장성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비중을 높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유동성이 회수되는 과정에서도 친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파이를 나눠 먹는 경쟁이 아닌 성장하는 시장에서 '누가 먼저 개척하느냐'의 싸움을 하고 있는 만큼 특정 기업에만 투자하기보다는 분산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2030년 생산되는 신차의 50%를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구성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도요타는 2030년까지 16조원을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카에 대한 기대감도 배터리 3사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자사가 개발한 애플카에 대해 자동차업체와의 협력 대신 자체 개발로 선회하면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이들 기업이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애플이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에 견적요청서를 발송하고 자동차 개발을 위한 연구소도 복원한 것을 감안하면 애플카 핵심 부품의 공급망이 점차 윤곽을 나타낼 것"이라며 "향후 배터리와 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LG와 삼성, SK로부터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전고체 배터리는 장기 성장성을 갖고 있다. 도요타를 비롯해 폭스바겐과 노스볼트, 현대차, BMW, GM 등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는 향후 10년간 18배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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