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국민 속 터지는 숫자방역…'2주 연장'만 외칠 건가

기수정 문화팀 팀장입력 : 2021-09-02 00:00

 

관광이 사라졌다. 원죄 '코로나19'에 휘청인 관광업계는 정부의 '숫자 방역'이라는 자범죄(自犯罪)로 인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주춤하던 확진자가 1000명을 웃도는 등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짧고 굵게 끝내겠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발령했다. △오후 6시 이후 4인 모임 금지 △식당·카페 운영 9시로 제한 △객실 인원 제한 △여행 자제 등이 4단계 주 내용이다. 

1년 넘게 혼돈의 삶을 살던 국민은 급작스레 변경된 방역지침에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포상을 주겠다던 정부의 발표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부랴부랴 약속을 취소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계속 바뀌는 숫자에 혼란도 가중됐다. 

정부의 지침은 과연 국민 혼란을 가중하는 데서 그쳤을까. 문제는 정당성도, 실효성도 없다는 데 있다. 거리 두기 4단계 지역(수도권 포함)은 6시 이후 2인까지만 허용한다. 대체 이 지침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어떤 기준에 의해, 왜 그렇게 정한 것일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낮에는 자고 밤에 깨서 활동하는 '야행성'인가. 

사람 밀도로 따진다고 하면 감염 가능성은 비슷한데 모르는 사람은 가능하고, 아는 사람(지인) 간 모임은 안 된다니, 이것은 과연 과학적 근거에 따라 내린 지침인가.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북적이는 식당들을 보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4인씩 모여 앉는 광경을 심심찮게 마주하게 되는데, 이를 보고 있노라면 헛웃음만 나온다. 아는 사람과는 그렇게 앉아 밥을 먹을 수 없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붙어 앉아 있어도 되는 걸까. '밀도'로 따진다면 오히려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가장 위험하지 않겠는가. 

이를 차치하더라도, 확진자 수 감소에 목적을 둔 정부의 숫자 방역은 실패했다. '확진자'라는 수치에 집착하며 국민의 모든 활동에 대해 '숫자'로 제동을 걸었다. 정부 지침에 휘둘리며 두 달 가까운 시간을 보내온 지금, 확진자 추이는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았다. 국민을 옥죈 방역 지침에도 일일 확진자 수가 더 증가하는 날도 부지기수다. 

국민의 회의와 불신, 해외 국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K-방역이 국민의 '분노'만 키운 이유다. 

정부의 지침대로 1년 6개월을 꾹 참고 견뎠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단절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이 단절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무작정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무서운 것은 코로나보다 우울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원죄와 자범죄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여행업계 상황은 또 어떤가. 말로 표현할 길 없이 처참한 상황에 직면했다. 

여행 안전 권역(트래블버블) 첫 시행, 백신 접종자 해외여행 허용 등 정부의 여행 허용 지침에 기대어 모처럼 활기를 띠다 여행 재개 문턱에서 또다시 좌절을 맛봤다. 

지난달 중순 예정됐던 국무총리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는 취소됐고 숙박 할인 쿠폰, 안전 여행 캠페인 등 정부의 여행 지원책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주무 부처는 방역당국의 눈치만 보며 현장 방역 점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부처별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역할과 의무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백신에 대한 효용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수급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무작정 '2주 연장'만 외치는 정부 지침에 커지는 국민의 분노, 여행업계의 피눈물을 그냥 보고만 있을 셈인가. 단순히 여행업계에 제공하는 소액의 재난지원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영업 제한으로 발생하는 손실 보상은 외면한 채 '대의명분'을 내세워 언제까지 우리의 희생만 강요할 것인가. 

부디 업계의 '투정' 정도로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 관광 활성화를 목적에 둔 주무 부처라면 더더욱 이들의 편에 서서 고통을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방역 당국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부딪쳐야 한다. 현 상황에서 여행 재개가 왜 필요한지, 재개가 어렵다면 어떤 대안을 통해 업계를 살릴지 꾸준히 의견을 피력하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강화'와 '연장'만 지속하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벼랑 끝에 내몰린 업계의 상황을 제대로, 세심히 바라봐주고 보듬어주는 '제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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