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시인' 신석정 선생 고택 '비사벌 초사', 철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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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8-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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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선생이 생애 후반을 보낸 고택 비사벌 초사(전북 전주)가 철거 위기에 놓였다. [사진=비사벌 초사 보존대책위원회 제공]

항일 민족시인 신석정 선생의 고택 '비사벌 초사(전주시 미래유산 14호)'가 철거 위기에 놓였다.고택 주변 지역이 재개발지구에 포함된 탓이다. 전북 전주 남노송동에 자리 잡은 비사벌초사는 시인이 지난 1961년부터 여생을 보낸 자택으로, 시인은 전주의 옛 지명 '비사벌'과 볏짚 등으로 지붕을 만든 집을 일컫는 '초사'를 합해 '비사벌 초사'로 이름 붙였다. 

이와 관련, 비사벌 초사 보존대책위원회는 "일제와 독재 권력에 굴하지 않는 삶을 민족혼과 정서가 살아 있는 격조 높은 시로 빚은 위대한 시인 신석정 선생의 예술혼이 밴 비사벌 초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지역 18개 문화예술단체도 힘을 보탰다. "민족혼이 서려 있는 문화재를 털어내고 아파트를 세울 수 없다"며 고택 보존 범시민 운동에 돌입했다. 물론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이 전주 시내 대표 낙후지역인 만큼 사업 중심지에 있는 고택이 포함돼야 도시 재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택 보존 운동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시인의 남다른 민족혼 덕이다. 시인은 일제에 항거해 창씨 개명(일본식 성명 강요)을 거부하고 절필했으며, 해방 후에는 독재정권에 맞서기도 했다. 

대책위가 강조하는 비사벌 초사 보존 이유는 또 있다. 신석정 선생이 이곳 비사벌 초사에서 왕성한 집필활동을 펼친 것도 보존 이유지만, 이곳이 당대 시인들과 교류하던 사랑방 역할을 했다는 점도 보존가치가 높은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 이 고택에는 이병기, 박목월, 김영랑, 김남조, 박두진 시인 등이 자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사벌 초사 보존대책위원회는 비사벌 초사를 통해 시인의 선비 정신과 민족 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다각적인 고택 보존 운동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특히 전주시와 시의회에 고택 인근에 신석정 문학관을 건립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대책위는 "시인은 한국 전쟁과 군사 독재 등 어려운 시기를 살아오면서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고 민족의 시대정신을 보여준 인물"이라며 "문화도시로서 자긍심을 지켜야 할 전주에서 개발 논리에 밀려 역사·문화적 가치를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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