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돌입을 시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여간 이어졌던 통화 완화 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연준의 테이퍼링 시작과 기준금리 인상의 연속성을 분리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에 금융시장은 대체로 파월 의장과 연준이 기존의 '비둘기적 면모'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하며 환호했다.
 
        [출처=유튜브/KansasCityFed]
 
◇파월, 연내 테이퍼링 선언...긴축 전환에 원론적 동의
27일(현지시간) 연준의 연례 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올해 안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파월 의장이 처음으로 연준의 긴축 전환 기조에 원론적인 동의를 표하고, 그 첫 단계인 테이퍼링의 돌입 시기를 올해 안으로 특정한 것이다. 다만 이날 그는 시장의 충격을 축소하기 위해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표와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12월 연준은 '최대 고용·물가 안정' 목표가 실질적인 진전을 보일 때까지 현재 속도로 자산 매입을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면서 "(이제) 나의 견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당한 추가 진전' 조건이 충족했고, 최대 고용을 향한 분명한 진전도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7월 고용보고서에서 추가 진전이 나타났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더 확산했다"면서 "연준은 향후 경제 지표와 진행 중인 리스크를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며, 완전한 회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 동안 경제를 지원하겠다는 연준의 약속과 지난해 (12월) 제시한 장기 목표와 통화 정책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결론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시행 중인 두 개의 비상수단 중에서 발을 하나 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3월 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후, 연준은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낮추고, 매달 1200억 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해왔다.
 
◇테이퍼링·금리인상 '분리' 전략...인플레 '안심' 설득에도 주력
이날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이 기준금리 인상의 직접적 신호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를 통해 그는 연준의 긴축 전환 기조를 선언하면서도 기존의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 태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지적이다.

파월 의장은 "향후 자산매입 감축 시기와 속도가 금리 인상 시기에 관한 직접적 시그널을 전달하지 않는다"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결정 기준은 테이퍼링과 다를 뿐 아니라 더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금리 인상의 또 다른 전제조건인 '최대 고용' 목표 달성까진 "갈 길이 멀다"고 진단하고, 연준이 △델타 변이 확산세의 경제적 영향 △지속적이고 강력한 일자리 창출 △인플레이션 요인인 '수요-공급 불균형'의 확실한 개선세 등의 요인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의 절반을 물가상승세(인플레이션)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연준의 기존 진단을 설득하는 데 할애했다.

이는 최근 연준 목표치(2% 내외)의 두 배에 달하는 4%대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연준의 대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이 불러온 '시장 과열' 부작용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를 직면한 지 17개월 동안 연준의 강력한 경제 정책 지원에 따라 활발하지만 고르지 못한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경기 회복세가 나타났다"면서 경기 침체가 전형적인 형태와는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을 인정했다.

즉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개인소득이 증가하고 가계지출이 제조 상품 소비에 몰리면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고 지난 25년 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내구재 부문'의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연준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광범위하지 않은 물가 상승세 △자동차 등 가장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였던 항목의 안정·하락세 △지난 25년간 인구 고령화·세계화·기술발전 등에 따라 국제적으론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 추세를 보임 △임금 상승 속도가 생산성 향상·물가 상승 속도보다 빠르지 않음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경우 연준의 2% 목표치와 일치함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사진=유튜브/KansasCityFed]

◇"긴축 발작은 없다"...성공적인 '비둘기 연설'
대체로 전문가들은 이날 파월 의장의 '긴축 선언'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그간 우려했던 시장의 '긴축 발작((tapering tantrum)’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긴축 발작이란 국제 금융위기 회복기였던 지난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예고하자 미국 달러화 가치, 미국 국채 금리, 신흥국 주가 등이 동시에 폭락했던 사건이다.

국제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 마이클 아론 수석투자전략가는 CNBC에서 "금리 인상이 '아주아주 먼 일'이며 연준 역시 이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에 투자자들은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긴축 발작을 피한 파월 의장의 공로를 인정해야 하며, 시장 역시 테이퍼링 돌입 상황에 잘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제이 햇필드 인프라캡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서 이날 파월 의장 발언의 효과에 대해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상황 등 연준의 경제 진단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아직은 위험자산 투자를 포기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은 이날 연설을 근거로 연준이 이르면 오는 9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클리프 호지 코너스톤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이 (즉각적인) 긴축 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개념을 강화함으로써 연내 테이퍼링 돌입 가능성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면서 "델타 변이 확산세에 따른 경기 회복 차질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9월에는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 테이퍼링 공식 발표를 위한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델타 변이 확산세의 영향을 이유로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하더라도, 올해 11월 이후에야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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