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알리바바 배후지 맹폭…'공동부유' 연착륙 사전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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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8-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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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저우 서기 등 저장성 관료 줄낙마

  • 중앙기율위 "특별단속 뒤 추가 처벌"

  • 알리바바 유착설 제기, 사측은 부인

  • 習 사활 공동부유 시범구 청소 차원

  • 즈장신쥔 고위층 불똥튈까 노심초사

시진핑 친위 그룹인 '즈장신쥔' 유망주로 불리다가 비리 혐의로 낙마한 저우장융 항저우시 당서기. [사진=바이두]


저우장융(周江勇) 항저우시 당서기 등 저장성의 고위급 관료들이 비리 혐의를 받고 무더기로 낙마하고 있다.

저장성은 알리바바의 성장 발판이자 중국 공산당이 '공동부유(共同富裕) 시범구'로 지정한 지역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새 치국책 공동부유의 연착륙을 위해 정재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저장성 출신 중 중앙 정계의 거물들이 많아 사정 칼날이 미칠 범위에 따라 권력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승승장구' 항저우 서기 전격 낙마
23일 관영 언론과 중화권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는 지난 21일 저우장융 항저우시 서기를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20일 오후까지도 저우 서기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낙마였다.

저장성 닝보 태생인 저우 서기는 교사 출신으로 시진핑 체제 이후 승진 가도를 달렸다.

저우산시 시장과 서기를 거쳐 2017년 차관급인 닝보시 서기로 승진했고, 이듬해인 2018년 한 단계 더 높은 항저우시 서기로 자리를 옮겼다.

저장성에서 성장한 관료 중 시 주석의 친위 세력이 된 그룹 이른바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유망주로 꼽혀 왔다.

저우 서기를 포함해 최근 저장성 내 주요 관료들의 낙마 행렬이 심상치 않다.

앞서 19일에는 마샤오후이(馬曉暉) 저장성 인민대표대회 당조직 부서기가 중앙기율위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2일에도 장수이탕(張水堂) 전 저장성 정부 부비서장의 비리 혐의가 보도된 바 있다.

이 밖에 쉬광야오(徐光耀) 닝보시 인저우구 사법국 부국장, 선샤오룽(沈小龍) 후저우시 주택기금관리센터 주임, 황샹충(黃祥崇) 원저우시 어우장커우개발건설투자그룹 부사장 등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중앙기율위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항저우시 주요 간부를 대상으로 특별 단속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상자들은 본인과 가족이 이해 충돌 행위를 한 적이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 3개월 내에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실제 이해 충돌 행위를 한 간부는 처벌을 받게 된다.
 

항저우시 주요 간부들을 상대로 이해 충돌 행위 관련 특별 단속에 나섰다는 내용의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공지문. [사진=중앙기율위 홈페이지]
 

알리바바 유착 의혹에 긴장 고조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저장성 관료들의 비리가 알리바바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지난 6월 추멍싱(褚孟形) 전 닝보시 하이수구 서기에 대한 비리 조사가 발단이다.

저장성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추 전 서기의 부인은 저우 서기와 마샤오후이, 장수이탕 등을 찾아 남편의 구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이 성사되지 않자 부인은 사정 당국에 저우 서기 등의 부정부패 의혹을 제보했다.

저우 서기 일당이 지난해 말 상장을 앞둔 모 금융회사 주식을 사들였다가 상장이 무산되자 돈을 되돌려받으며 웃돈까지 챙겼다는 것이다.

저우 서기는 5억 위안(약 903억원)을 투자했다가 5억2000만 위안을 돌려받았고, 또 다른 고위 관료의 경우 투자금 5000만 위안이 5200만 위안으로 되돌아왔다는 주장이다.

회사 이름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정황상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으로 추정된다. 미리 주식을 매입할 권한을 줬다는 점, 투자금 반환 때 웃돈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정경 유착 가능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앤트그룹 측은 전날 긴급 성명을 통해 "이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법률과 법규를 준수했으며 (온라인상에 떠도는 유언비어 중의 인물이) 주식을 매입하거나 돈을 되돌려준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권력·금전·미색 끊어라" 강조
저장성 상무위원회는 21일 위안자쥔(袁家軍) 서기 주재로 회의를 열고 저우 서기 등 부패 관료들을 맹비난했다.

저우 서기 등의 혐의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의 내용을 보면 뇌물 등 경제적 이득과 관련됐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회의는 "시 주석이 저장성에 대해 내린 지시를 결연히 관철하고 정치 규율에 대한 경외심을 품어야 한다"며 "살얼음을 밟는 듯한 신중함으로 권력과 금전, 미색을 잘 닫아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인자나 지도부에 대한 감독 관리를 강화하고, 정계와 재계의 관계를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항저우시도 자체 회의를 열고 "칼을 스스로에게 겨누는 심정으로 자신과 가족들 주변을 잘 관리해야 한다"며 저우 서기 등을 맹비난했다.

항저우시 일인자가 된 저우 서기는 2019년 9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에게 '공훈 항저우인' 명예 칭호를 수여하고, 같은 해 11월 11일 광군절 때는 직접 알리바바 본사를 찾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해 왔다.

중국은 앤트그룹 상장을 무기한 보류한 뒤 지난 4월에는 알리바바에 역대 최대 규모인 182억2800만 위안(약 3조3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정보기술(IT) 공룡들을 견제하고 플랫폼 경제를 재정비하기 위해 알리바바를 본보기로 삼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기에 저장성 고위 관료들과의 유착 관계까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추가적인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
 
'즈장신쥔' 추가 낙마 가능성 촉각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지난 6월 저장성을 공동부유 시범구로 지정하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오는 2035년까지 저장성 주민의 소득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공동부유를 실현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소득 재분배, 임금제 조정, 기업의 사회 환원 사업 독려, 독점 방지와 더불어 부패 관료 처벌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시 주석이 새로운 치국 전략으로 제시한 공동부유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 볼 테스트 베드 성격이 짙다.

공동부유는 양극화 등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고 공산당 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복안이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과도 긴밀히 연계돼 있다.

그 첫 시험 무대인 저장성 내 정경 유착을 단죄해 일벌백계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 반부패 칼날이 저장성을 거쳐 간 중앙 정계의 거물에게까지 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항저우시 서기를 역임한 인사로는 황쿤밍(黃坤明) 중앙선전부 부장, 궁정(龔正) 상하이 시장, 자오이더(趙一德) 산시성 성장 등이 있다.

리창(李强) 상하이시 서기는 저장성에서 대부분의 관료 경력을 쌓은 뒤 성장까지 올랐던 시 주석의 최측근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알리바바 배후지인 저장성, 특히 항저우에 대한 현미경 조사는 알리바바에 대한 추가 압박과 더불어 공동부유 사업의 연착륙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이라며 "중앙기율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처벌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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