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가계빚] 각종 규제에도 폭증…한국 경제 뇌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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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8-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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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각종 가계부채 규제에도 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국내 가게부채는 명목 GDP 대비 규모와 증가 속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어, 금융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영끌·빚투’에 은행 가계대출 1040조원대로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40조2000억원으로 집계돼 전달보다 9조7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5월을 제외하고 꾸준히 증가세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에만 51조4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48조2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많다. 지난 2019년 같은 기간(27조1000억원)과 비교해보면 두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이끌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주담대는 전월 대비 6조1000억원 증가한 75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매매 및 전세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되고 집단대출 취급도 늘어나면서 전월보다 증가규모가 확대됐다. 7월 중 은행 주담대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역대 7월 중에서는 2015년 7월(6조4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 증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기타대출은 3조6000억원 늘었는데. 에스디바이오센터, 카카오뱅크, HK이노엔 등 공모주 청약에 따라 대출을 받은 차주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중 은행 기업대출은 11조3000억원 늘어난 103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대기업 대출의 경우 2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은 9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중소기업대출 역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DSR 규제 약발 없었나
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결국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5~6% 내외로 관리하고 내년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대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은 지난 7월 1일부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을 넘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경우와 연소득에 관계없이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하고 있다.

DSR는 대출 심사 시 개인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를 말한다.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이 DSR 산정에 포함된다.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 금융권 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5조2000억원 늘어났는데,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7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금융당국의 각종 가계대출 규제의 약발이 없었던 셈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금융당국은 추가 대책을 예고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열고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는 연소득의 1.5~2배 수준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에도 신용대출을 연소득의 2배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내년 7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2023년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차주별 DSR 40%(은행 기준) 규제가 적용되는데, 이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가계부채 관리는 이 시기에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금융위원장에 임명되면 이를 최우선 역점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며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차주별 DSR 규제 강화 일정이 적정한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잡히지 않는 가계대출…금리상승도 부담
시장에서는 가계빚이 연일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금리상승까지 겹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18.5%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가계대출 신규분의 81.5%가 변동금리를 따른다는 것으로, 10명 중 8명은 대출 금리가 시장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2019년 신규 가계대출 기준 변동금리 평균 비중(53%)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사이 30%포인트나 뛴 셈이다.

신규 대출이 아닌 가계대출 전체 잔액 기준으로도 6월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72.7%로 지난 2014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기준금리와 연동해 움직이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르면 덩달아 이자 부담이 늘어 차주에게 불리하다. 이에 더해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어, 기준금리 상승시 차주들의 금리 인상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취약차주 및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리스크가 가시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향후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기본 전제로 가정하고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조절, 부채총량관리 등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관리를 진행하되, 리스크 누적으로 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은 취약 부문에 대한 특화된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과 정부지원 조치 종료의 충격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다중채무자 및 취약가구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세 가지 큰 방향으로 가계부채 관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정상화에 대비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만기가 짧은 신용대출 차입자의 경우 부채관리가 중요한 만큼,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의 경우 최근 출시된 금리리스크 회피 상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혼란을 초래할 만한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저금리에 의존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도모했던 소비자의 경우라면 투자위험 관리와 이자부담 확대에 따른 부채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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