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상속부터 상조서비스까지"…눈길끄는 은행권 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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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1-08-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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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지속적인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 속 은행 등에 돈을 맡기고 관리·처분하도록 하는 신탁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사회 속 혹시 모를 치매에 대비하거나 가족으로 자리잡은 반려동물 보살핌 등 이색적인 신탁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 은행권, 신탁 신상품 출시 및 운영 활발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최근 신탁 신상품이나 관련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신탁은 고객이 신뢰할 만한 개인이나 기관(수탁자, 은행)에 재산권을 이전·처분하는 제도를 말한다. 수탁자는 운용지시에 따라 수익을 내거나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재산을 관리하거나 처분한다. 신탁사의 전문적인 운용능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금융권 최초로 선(先)증여 이벤트형 신탁상품인 ‘우리내리사랑 GOLD 신탁’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액자산가의 세대생략증여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이다. 고객이 신탁 신규 시 계약서에 기재한 △대학입학 △유학 △결혼 등의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증여자의 동의하에 금 실물 또는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어 목적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부터다.

1인가구 증가 속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1500만에 육박한 가운데 이들을 위한 상품도 있다. KB국민은행은 반려동물 맞춤형 자산관리 및 상속이 가능한 ‘KB반려행복신탁’을 최근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반려동물 주인(위탁자, 고객)가 사망해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은행(수탁자)에 자금을 미리 맡기고 본인이 사망한 뒤에 반려동물을 돌봐 줄 새로운 부양자인 ‘사후 수익자’에게 반려동물의 보호 관리를 위한 양육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특히 이번에 출시한 ‘KB반려행복신탁’은 2017년 출시된 자사 상품(KB펫코노미신탁)보다 운용자산 확대를 통해 재산증식 기능을 강화했고, 반려동물 양육에 중점을 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가입고객은 반려동물 관련 쇼핑(▲몰리스펫샵 할인 ▲하림펫푸드 할인 ▲올라펫샵 VVIP등급 부여), 여행(▲신세계 조선호텔 레스케이프 객실 및 식음료 등 할인), 장례(▲21gram 장례비용 할인) 등 부가서비스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고객 스스로 사후에 대비하는 ‘상조신탁’도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선보인 ‘신한 S Life Care 상조신탁’은 고객이 상조회사를 사후수익자로 지정해 은행에 금전을 신탁하고 본인 사망 시에 유가족이 상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가입자가 납입한 돈으로 상조서비스 비용을 결제하는 만큼 유가족 부담을 덜 수 있고 상조서비스를 위한 금전을 은행에 맡김으로써 상조회사 휴·폐업 및 계약 미이행 위험 등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이 상품은 만 19세 이상의 개인 고객이면 최소 400만원부터 최고 5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 사망 전 언제든지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고 가입자 사망 후 상조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잔여재산은 상속 절차에 따라 반환된다. 상조서비스 이용 후에도 잔여재산은 상속 절차에 따라 반환된다.

이밖에도 이혼가정 증가 속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자금을 맡기면 매월 일정 금액을 미성년 자녀에게 직접 지급하는 양육비지원신탁을 비롯해 치매안심신탁, 장애인신탁, 가족배려신탁(상조신탁) 상품 등을 운영 중인 하나은행은 신탁을 통한 효율적인 자산관리 플랫폼 기능 강화 차원에서 모바일앱을 통한 비대면 신탁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원화 및 외화 ELT, 국내 상장 주요 ETF 가입과 함께 유언대용신탁(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상담도 가능하다.

◆ "노후준비·상속? 내가 챙긴다"···신탁시장 대중화 추세 전망

과거 일부 고액자산가 중심이던 신탁시장이 최근들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보편화되면서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61개 신탁사의 총 수탁고는 1032조3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신탁시장 규모가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최초다. 은행권 신탁 규모 역시 5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고령화 시대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신탁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등 집단가구를 제외한 일반가구 구성원 중 65세 이상 가구원은 78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홀로 사는 1인 가구 고령층 역시 전체의 21.2%인 166만여명으로 집계됐다. 과거 대가족 체제 하에서는 가족을 통해 고령층의 노후 등이 보장됐지만 더 이상 자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긴 노후를 책임져야 할 여지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또한 장기적인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수익률이 낮거나 변동성이 큰 상품이 많아 운용처가 마땅하지 않은 자금이 신탁상품으로 유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2030세대 등 젊은층이 주식이나 코인 등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보이는 반면 노후자금의 경우 안정성이 최우선으로 취급되는 만큼 은행 신탁 등을 통한 안정적인 상품 운용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비이자이익을 확대가 절실한 만큼 공격적인 신탁상품 및 서비스 출시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보다 이른 지난 2006년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일본 역시 이같은 움직임을 겪었다. 이후 일본에서는 노후와 상속 등 고령화 관련 신탁상품이 등장하고 신탁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유언대용신탁 규모가 2019년 13만8951건으로 2007년(6만1644건)보다 1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가 손자에게 현금으로 교육자금을 제공하는 ‘교육자금증여신탁’ 규모(2019년 기준 1조6247억엔) 역시 6년 새 계약 및 잔액이 각각 3.3배, 3.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역시 고령화 심화에 따라 신탁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공개한 ‘신탁업 종합재산관리 기능 강화’를 통해 신탁업 관련 성장동력을 확충, 노후 자산관리 니즈에 부응해 신탁업의 종합재산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고령층 특화상품 개발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신탁재산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한 구조를 허용해 시장 자체를 노년 대비 종합재산관리제도로 개편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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