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과 북한에 대해 각각 “대화의 문을 열어두자”, “한반도 모델을 만들자”며 원론적인 언급을 하는 데 그쳤다.
도쿄올림픽 개막식 참석과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됐고, 북한이 잇따라 비난 담화를 낸 것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은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이후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진행을 놓고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다시 남북 관계가 급랭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정부는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면서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며 이웃 나라다운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광복절에도 일본 수출규제 문제가 맞물려 “언제든 일본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유화적인 메시지만 냈다. 광복절 경축식의 특성상 언급할 수밖에 없는 최소한의 표현만 담긴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국교 정상화 이후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분업과 협력을 통한 경제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양국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제징용, 위안부 등 양국 간 과거사 문제 대해선 “바로잡아야 할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양국이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며 이웃 나라다운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관계 개선과 과거사 문제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뜻을 피력한 셈이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해방 공간에서 일본인들에 대한 복수 대신 포용을 선택했다”면서 “해방으로 민족의식이 최고로 고양된 때였지만 우리는 폐쇄적이거나 적대적인 민족주의로 흐르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있어선 독일모델을 예로 들며 북한과 공존을 제안했다. 당초 예상됐던 식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하게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남과 북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된다”면서 “비록 통일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에게 분단은 성장과 번영의 가장 큰 걸림돌인 동시에 항구적 평화를 가로막는 강고한 장벽”이라며 “우리도 이 장벽을 걷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고리로 북한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이른바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대한 북한의 참여를 다시 한번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의 위협이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진 지금 그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면서 “동아시아 생명공동체의 일원인 북한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롭고 품격 있는 선진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백신허브 국가 도약, 반도체·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 주도, 기후위기대응 등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연일 확산세에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낙관론 역시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역시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면서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4차 유행을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도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면서 “10월이면 전 국민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하고,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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