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관련주가 급등세를 이어오면서 기업 합병 건수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의 고평가가 이어질 경우 합병이 어려워지고, 기업이 해산절차에 들어가면 높은 가격에 구입한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있을 수 있다며 투자 주의를 조언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스팩을 통한 합병 건수는 5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속도로 합병이 이뤄질 경우 지난해(17건)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 중이다. 그간 스팩을 통한 합병 건수는 2017년 21건을 기록한 이후 2019년까지 10여건 수준에 머물다, 지난해 다수의 스팩 합병이 이뤄지면서 스팩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공개(IPO)시장이 활황을 이어가고 있고, 거래소의 각종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으로 직상장 하는 기업들이 많아지자 스팩 합병 건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스팩주들이 이상급등을 이어가면서 기업 간 합병에 있어 부담을 준 것도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다. 상장주간사(증권사)가 신주를 발행해 공모자금을 모아 증권시장에 신규상장한 후 3년 내에 비상장기업(또는 코넥스 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해야 한다.
스팩이 존속할 수 있는 기한은 상장일로부터 36개월이다. 만일 상장 후 30개월 이내에 합병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한 달 안에 합병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폐지 기준이 된다. 스팩은 해산 시 공모가와 연 1.5%이자를 지급해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스팩과의 합병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합병절차가 간소하고, 유입되는 공모 금액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스팩주가 급등을 이어온 만큼 주의도 필요하다.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의 경우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공모가에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의 경우 손해가 없지만 가격이 이상 급등했을 때 매입한 투자자는 해산 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시장에 상장돼 있는 스팩주는 50개로 그 중 공모가 수준인 주당 2000원을 밑도는 종목은 단 한개도 없다. 오히려 3000원 이상인 종목은 8개에 달한다. 삼성스팩2호가 9170원에 마감했고, 한화에스비아이스팩과 유진스팩5호도 각각 5190원, 4600원에 장을 마쳤다.
가격급등은 기업합병에도 걸림돌이다. 스팩 가격이 높아질수록 비상장 법인 투자자들에게 손해인 만큼 합병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팩을 통한 합병 성공 시 비상장기업의 자금 조달 금액은 ‘스팩의 공모금액(1주당 2000원*주식수)’과 공모전 주주(발기인)의 투자금(1주당 1000원*주식수)‘의 합으로 이뤄진다. 만일 스팩의 시가총액이 높아지면 기존 비상장법인 주주들에게 발행되는 주식수가 줄어들면서 합병에 불리해지는 구조다.
거래소는 지난 6월 ‘기업인수목적회사 성격 및 비상장기업과의 합병 절차’ 자료를 통해 “스팩 가격이 높을수록 비상장기업 주주의 지분이 낮아져 합병에 성공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박범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합병가액은 공모가나 자본금이 아니라 주식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돼 합병가액이 높아지게 되면 대상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상장 프리미엄을 더 높게 주는 셈”이라며 “스팩은 기업 간에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주가가 먼저 상승한 스팩은 M&A 대상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