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양궁·배구 두 협회의 엇갈린 평가…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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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8-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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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경에게 감사 강요한 배구협회…팬들 항의 쇄도하자 홈페이지 먹통

  • 선수 배려 돋보인 양궁협회와 비교…누리꾼 "모든 협회가 양궁협회 같길"

  • 공정·투명 아이콘 된 양궁협회…정치권서도 '공정' 언급하며 양궁협회 거론

  • 인터뷰로 다시 떠오른 배구협회 김치찌개 회식·여자배구 차별 대우 논란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린 뒤 대한배구협회와 대한양궁협회가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배구협회는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 선수와 가진 인터뷰에서 무례한 질문을 해 뭇매를 맞고 있는 반면, 양궁협회는 인터뷰를 대비해 선수들에게 스피치 강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11일 배구협회 공식 홈페이지는 한때 단기간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먹통이 됐다. 올림픽 4강 진출 신화를 이루고 귀국한 대표팀에 무례한 인터뷰를 한 장면이 공개되면서다.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아첨꾼만 모인 배구협회가 배구 발전을 저해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우습게 본 인터뷰다. 사회자를 제명하라"며 배구협회를 비판하는 글이 사흘간 500개 이상 올라왔다.
 

[사진=대한배구협회 홈페이지]


앞서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사회자는 김연경 선수에게 포상금 액수를 언급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하라며 정해진 답을 억지로 끌어내려 했다.

"이야기할 게 많다"고 입을 뗀 사회자는 김 선수에게 "포상금이 역대 최고인 사실과 금액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선수는 "대충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사회자는 "얼마?"냐고 되물었고, 김 선수가 6억원이라고 답했다. 사회자는 그제야 원하는 답이 나왔다는 듯 "맞다.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가 2억,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2억, 오한남 대한배구협회 회장도 2억을 주셨다"며 이들에게 감사 말씀을 전하라고 김연경 선수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또 사회자는 기자회견 막바지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 여자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해 격려해주셨다. 특히 김연경 선수를 격려해줬다. 이에 대해 답변해주셨느냐"고 물었다. 김 선수는 당황한 표정으로 "제가 감히 대통령님께 뭐···"라고 말하자 사회자는 거듭 답변을 강요했고 결국 김 선수는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더 많은 기대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회자는 성에 차지 않은 듯 재차 감사 말씀을 하라고 강요했고 김연경은 놀란 듯 "네? 뭔 인사요?"라고 했다.

사회자는 "대통령님께"라고 하자 당황한 김 선수는 "했잖아요. 지금"이라고 말했다. 다시 사회자는 "한 번 더"라고 재촉했고, 김연경이 "감사합니다"라고 하고 나서야 사회자는 "그렇죠"라고 만족해하며 인터뷰를 끝마쳤다.
 

유애자 경기감독관(왼쪽)과 김연경 선수 [사진=유애자 경기감독관 페이스북]


이날 사회자는 배구협회에서 홍보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애자 경기감독관(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이다. 유 감독관이 진행한 인터뷰가 무례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배구협회는 "질문을 조크(농담)로 봐야지 대단하게 부각하려고 한 건 아니다. 또 (기자회견 질문이) 배구협회나 배구연맹의 생색내기는 절대 아니었다. 예정에 없던 후원금을 낸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감사 표현 방식"이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양궁협회는 언론과 인터뷰를 가질 선수들을 배려해 스피치 교육을 한 사실이 알려져 모범적인 협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궁협회가 지난달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미디어 트레이닝, 인터뷰 실력도 국대급으로' 영상을 보면 선수단은 올림픽 개막을 약 한 달 앞두고 아나운서에게 인터뷰 노하우를 배웠다.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에 언론 노출이 잦은 만큼 협회가 일종의 인터뷰 모의고사를 준비한 셈이다.
 

[사진=대한양궁협회 공식 유튜브 채널]


해당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은 "모든 양궁 선수들이 인터뷰를 잘했던 배경엔 양궁협회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고 본다. 모든 종목의 협회가 이처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수들을 지원한다면 대한민국이 체육 강국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이 댓글에는 450명이 공감을 뜻하는 '좋아요'를 눌렀다.

또 양궁협회는 국민들에게 모범적인 협회로 꼽힐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이전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더라도 다시 출발선부터 다른 선수들과 경쟁해 이겨야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양궁협회가 대중에게 공정·투명·배려의 아이콘으로 떠오르자 정치권도 양궁을 부각하는 모양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양궁협회 시스템을 거론하며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만든 공정 사다리가 청년 정책에 확고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감독관이 김연경 선수 입에서 끝까지 꺼내려 했던 포상금 규모도 양궁 대표팀과 비교되고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받는 포상금은 전체 6억원이지만, 양궁협회는 개인전 금메달에 3억원, 단체전 금메달에는 2억원을 포상금으로 책정했다. 또 3관왕 안산 선수가 7억원, 2관왕 김제덕 선수가 4억원, 오진혁·김우진·강채영·장민희 선수가 각 2억원씩을 받았다. 포상금액을 모두 합하면 19억원에 달한다.

한편 배구협회 인터뷰를 두고 생색내기란 조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여자배구 대표팀 홀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배구협회는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0년 만에 금메달을 딴 여자배구 대표팀에게 김치찌개 회식을 제공했다. 이에 김연경 선수가 사비를 털어 레스토랑에 간 일화는 유명하다.

또 2017년 그랑프리 당시 배구협회는 남자배구 선수들의 비행기 좌석을 모두 비즈니스로 예약했지만, 여자배구 선수들은 비즈니스와 이코노미로 나눠 배정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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