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자국 대표 25개 인터넷 서비스 기업 '군기잡기'
  • 미국, 빅테크 독과점 주시... '저격수' 행정부에 영입
  • 이달 한국서 전 세계 최초 앱마켓 규제법 도입 가능성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가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6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중국 모바일게임 ‘왕자영요’. 이는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PC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라이엇게임즈)’와 유사한 게임이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왕자영요의 일평균 이용자 수는 1억명에 달하는 현지 인기 게임이다.

왕자영요를 서비스하는 텐센트는 최근 미성년 이용자의 게임 이용시간을 평일 1시간, 주말 2시간으로 줄였다. 대표적인 흥행산업으로 손꼽히는 게임업계에서 회사가 이용자를 끌어모으기도 모자랄 판에, 이용자의 접근을 스스로 차단했다. 그 배경엔 중국이 지난 6월 발표한 청소년 게임 접속과 이용시간을 규제하는 ‘미성년자 보호법’ 개정안이 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막는 게 골자다. 이 시간에 청소년이 게임에 접속하면 게임 서비스 회사가 처벌을 받는다. 최근 ‘마인크래프트 사태’로 논란이 된 한국의 ‘게임 셧다운제’와 유사하다.

중국 관영매체가 최근 온라인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판하면서 게임산업 규제가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보도가 나간 이후, 홍콩 증권시장에서 텐센트 주가는 10% 이상 하락했다.

텐센트는 다른 사업에서도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다. 지난 24일 텐센트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로, 중국 정부로부터 온라인 음악 독점 판권을 포기하도록 요구받았다. 텐센트는 메신저 ‘위챗’의 신규 회원가입도 막았다. 이 또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달 30일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바이두, 디디추싱 등 중국 대표 인터넷,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기업 25곳을 소집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스스로 바로잡아라’라고 경고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 등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사안을 스스로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같은 날 디디추싱 같은 차량호출 플랫폼이 운전기사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도가 거세지자, ‘군기 잡기’란 분석이 나왔다.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6월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선임했다. FTC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FTC 역사상 역대 최연소 위원장에 선임된 그는 빅테크 기업 독점 문제를 지적해 ‘아마존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2017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 당시 ‘아마존의 독점금지 역설’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달엔 법무부 반독점 국장에 조너선 캔터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는 구글의 경쟁사를 수년간 대리해온 반독점 지지자로 유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 고문에, 빅테크 기업에 비판적인 팀 우 컬럼비아대 법학 교수를 임명하기도 했다. 미국 법무부와 FTC는 지난해 미국 의회가 진행한 빅테크 기업 청문회 이후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구글 본사. [사진=아주경제DB]
 

미국에선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도입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미국 하원 민주당, 공화당 의원은 지난 6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5개 법안을 발의했다. △플랫폼 독점 종식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 증진법 △합병신청 수수료 현대화법 등이다. 이 법안들은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 산하의 반독점소위원회가 지난 10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4개사의 시장지배력과 남용 여부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에 발의됐다.

올해 초 유럽에서도 빅테크 기업 규제를 위한 ‘디지털 시장법’과 ‘디지털 서비스법’이 발표됐다.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골자다.

한국에서도 구글, 애플 앱마켓을 겨냥한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거나 경쟁사의 앱마켓에 콘텐츠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앱마켓 운영 실태를 조사하는 방안도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중에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이번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세계 최초로 앱마켓을 규제하는 법안이 도입된다.

인앱결제는 구글이 앱마켓에 내장한 자체 결제 방식이다. 결제 수수료율이 30%로, 신용카드, 휴대폰 결제 등의 외부 결제 방식보다 높아 입점사들이 반대해왔다. 특히 국내 인터넷·콘텐츠업계는 인앱결제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건 플랫폼 기업의 ‘갑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구글플레이에 입점한 모든 업체에 인앱결제를 의무화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6개월 연기했다. 중소, 콘텐츠 업체에 한해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당근책’도 내놓았다. 그럼에도 콘텐츠 업계는 “수수료가 문제가 아니라, 결제수단을 하나로 강제해 입점업체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빅테크 규제 움직임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강화됐다.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 확대됐고,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의 독과점이 더 심화돼 산업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빅테크 등 거대 지배 기업에 의한 시장 집중도 심화가 2000~2015년에 벌어진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주요 국가들의 ‘빅테크 때리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로펌에서 기업 공정거래 관련 소송을 담당하는 한인 변호사는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사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막강한 플랫폼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권력 남용을 막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법 제도의 수립은 필연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 현황.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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