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책임론...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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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1-08-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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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인 거래소 관리·감독 범위도 쟁점

지난해 금감원 앞에서 열린 라임피해자모임 집회.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문제는 최근 몇년간 매해 다뤄진 사안이지만 사모펀드 사태의 금감원 책임론이 부상하며 올해는 더 큰 공방이 예상된다.

가상자산(코인) 거래소 감독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거래소 관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될 전망이다. 지금은 사실상 시중은행이 거래소를 관리하다시피 하는데, 시장 자율규율에 맡기면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일 발간한 '2021년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금융당국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가 올해 국감에서 이같은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처는 매해 국감 전 정책이슈를 엄선, 현황과 개선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각 상임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한다. 조사처의 이 보고서가 국감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외부감독 강화 vs 업무 독립성...감독체계 개편엔 한목소리 낼듯
금감원은 공공기관운영법이 시행된 2007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2009년 업무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해 공공기관 지정에서 빠졌다. 하지만 2017년 금감원 내 채용비리 사태가 발생하면서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금감원도 외부 감독을 강화해 방만경영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는 금감원의 감독기능 독립성을 위해 민간기구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 힘이 실렸다. 공공기관 지정 시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을 따라야 하고 경영평가도 받게 되는데, 금감원의 감독 업무가 각종 산업진흥정책을 수행하는 기재부의 경제정책 필요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의 내실화를 위해 금융위의 금융정책과 금감원의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만큼 금감원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조원 이상의 원금 손실을 일으킨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책임에 금감원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나면서다.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이 쟁점을 작성한 이구형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서기관은 "올해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만큼 공공기관 지정 목소리가 더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감사 결과, 금감원은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의 말만 듣고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인 민원을 접수하고도 묵살했다. 금감원이 검사만 잘했어도 1조원대 사모펀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던 셈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는 2018년 공공기관 지정 시 상임위 소관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논리로 지정을 반대했다. 공공기관은 기재부 통제를 받는데 기재부 소관 상임위가 기획재정위여서 정무위의 '입김'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게 속내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감독체계 개편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관련 보고서들이 잇따라 나오고 국회에서도 입법화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독립성·자율성 보장'과 '방만경영 관리 감독' 측면을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인거래소 관리·감독...금융위 소관은 어디까지?
코인 거래소 관리에 대한 금융위의 책임 공방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에서 코인 거래소에 대한 '평가' 의무를 은행에 지운 점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은행의 입출금 실명계정을 발급받아야 이후에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쟁점은 실명계정 발급 '기준'이었다. 코인 업계와 은행권은 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거래소 생사를 가를 '키'를 사실상 은행이 가진 마당에, 당국 지침 없이는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금융위는 입법예고한 시행령(제12조의8)에서 은행이 거래소에 대한 자금세탁 위험을 직접 '식별·분석·평가'하도록 했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실명계정을 내주라는 의미다. 이에 은행연합회가 거래소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은행들은 해당 지침에 따라 거래소를 평가하고 있다.

조사처는 이처럼 은행권이 자체적인 기준으로 거래소를 평가하는 '자율규제'는 투자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연합회 가이드라인은 '참고 자료'일 뿐이어서 은행들이 거래소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규제 실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거래소들이 무더기 상장폐지에 나선 것도 당국이 은행들에 짐을 지운 결과라고 조사처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부실한 코인에 대한 정리 과정은 시장의 자정작용으로 볼 수도 있으나, 거래소가 투명한 절차와 기준 없이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하면 발행업자와 투자자들이 '불측의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거래소의 상장 및 상장폐지 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위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거래소 평가는 자금세탁방지 업무의 일환이어서 은행이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6일 기자들과 만나 카지노와 금융실명법을 예로 들며 "카지노에서 오가는 돈 역시 자금세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심거래에 대해선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코인 거래 역시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은 위원장은 또 "은행이 실명제를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을 받게 돼 있는 것처럼 코인 거래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정한 바에 따라 은행이 자금세탁 업무를 충실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사처는 코인 거래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당국이 국제공조에도 나서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코인 시장에서 벌어지는 해킹 사고, 불공정거래 행위 등이 국경을 넘나들며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국내 코인 거래소에서 탈취한 코인을 경찰청은 3년여가 지난 올해 6월에야 환수했는데, 해킹 피해 코인을 환수한 국내 최초 사례였다. 해킹 피해를 당한 주요 거래소들은 자체 자금으로 고객 피해액을 보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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