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⑰]원자재 값 반영 요구하니 ‘부정당업체’로 찍혀…“정부 차원 해소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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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1-08-0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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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철강 중소업체 A기업은 최근 한 발주기관(지방자치단체)으로부터 납품 용역을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터라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약단계에서 강판 단가가 용역을 따냈던 시기와 비교해 너무 올라 계약 이행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계약대로 진행한다면 적자를 볼 게 뻔했기 때문이다. A기업은 납품을 포기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발주기관은 계약 미이행 시 절차상 부정당업체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A기업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값이 급등했는데, 오른 가격이 바로 반영되지 않아 일할수록 손해를 봐야 한다”며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입찰참가가 제한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코로나19로 힘든 중소기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이윤 감소로 이어진다. 심한 경우 적자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적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발주기관에 원자재 가격상승을 이유로 계약단가를 조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발주기관은 당초 계약서를 근거로 이행을 요구한다”며 “기관 계약담당관 입장에서는 계약단가를 조정하면 향후 기관감사에서 지적받을 가능성이 있어 단가조정에 응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소기업이 발주기관에 계약단가 조정을 요구하다가 자칫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공공조달 입찰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영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부정당업체는 정부계약 이행 시 부당‧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게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러나 일부 기관이나 지자체 등에선 중간에 계약을 포기해도 이를 ‘부정당’ 요건으로 보고 부정당업체로 지정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A기업도 계약단가 조정을 요구했다가 해당 기관에서 부정당업체로 지정하려 한 사례다. 결국 A기업은 중소기업 옴부즈만 문을 두드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중기 옴부즈만이 A사례를 검토한 결과, 발주기관(지자체)의 적극행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해당 지자체에 A기업의 부정당업체 지정계획 취소를 건의했다.

감당할 수 없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포기한 것을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 상의 ‘부정당’한 요건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기 옴부즈만의 건의에 해당 지자체는 계약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업체를 제재하지 않기로 의결하였다고 회신했다. 일단 A기업은 구제를 받은 것이다.

중기 옴부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원자재 값 상승으로 A기업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중소기업이 적잖기 때문이다. 중기 옴부즈만 관계자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간담회 등을 통해 해당 사안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은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이런 요구는 증가했다”고 했다.

중기 옴부즈만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소관하는 기획재정부에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계약단가 조정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했다. 관련 법령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돼 있다. 이에 기재부는 계약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각 중앙부처에 공지했다. ‘지방계약법’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모든 지자체에 동일한 내용을 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주봉 중기 옴부즈만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급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이행하지 않는 기관이 있다면 중기 옴부즈만이 검토 후 해당기관이 적극 이행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사진=중소기업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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