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 장벽] 민·관 합동 전략 마련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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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07-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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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연구원 탄소국경세에 선제적 대응 필요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간담회를 갖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법안을 발표함에 따라 우리 민관의 대응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세계 첫 탄소국경세 적용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EU 집행위는 당시 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 위한 과정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점차 구체화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탄소배출이 많은 품목인 철강의 경우 수출에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이에 경제단체와 산업연구원은 앞으로 경제 전망과 대응 방안에 관해 논의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무역협회 등 대책 마련에 고심

우선 경제인들의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EU의 탄소국경세에 강하게 반발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적인 제재를 더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와 EU의 CBAM은 다르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허창수 회장 명의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면제국에 한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건의 서한을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프란스 티머만스 EU 그린딜 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에게 지난 27일 전달했다.

CBAM은 EU 내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부과한다. 일종의 무역장벽으로도 볼 수 있다. EU 내 제조업체들이 탄소비용 부담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EU 집행위는 2023년 1월 1일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2023~2025년에는 탄소배출 제품의 신고만 하면 된다. 2026년부터는 직접 탄소비용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품목은 철강이다.

전경련의 예측에 따르면 CBAM에 따라 국내 철강제품의 수출 시 연간 최대 3390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우선 전경련은 EU에 건의서한을 통해 CBAM 도입이 탈탄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산지를 근거로 수입품과 역내생산품 간 차별적인 조치를 하는 것은 자유무역 규범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특히 CBAM이 유럽의 산업보호를 위해 탄소 저감을 명분으로 새로운 무역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해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아울러 전경련은 한국이 현재 EU와 유사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CBAM의 적용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탄소저감제도에서 이미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CBAM까지 적용한다면 이중과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우리 정부 역시 같은 논리로 EU에 CBAM 인증서 수량감면 요청을 해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배출권거래제와 RE100, RPS 등의 선제적 도입·운영을 통해 탄소중립에 대비해왔고 앞으로도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연관된 국내 제도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EU 제도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CBAM 제외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무상할당비중이 EU와 달리 우리나라는 높다는 평가다. 이에 실질적으로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국가로, 기후변화에 대한 시의적절한 대응을 위해 기업들이 마른 수건을 짜내듯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규제가 아닌, 선진국의 최첨단 기술 공유, 기후변화 펀드의 확대 지원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 당부

산업연구원은 2026년부터 EU가 수입하는 일부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기로 함에 따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에서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율을 높이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주장이다.

지난 22일 산업연구원은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산업계의 대응방안을 공유했다.

CBAM을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수출입 구조와 기후변화 정책 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산업연구원은 언급했다.

우선 CBAM은 업종별로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5개 분야에 적용되는데, 우리나라는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파악했다.

산업연구원은 CBAM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 상향과 국제 탄소시장 연계 등 국내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EU의 제도적 차이에 대해 각국이 처한 여건을 고려해 EU와 꾸준히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나라는 EU보다 더 많은 종류의 대기오염물질과 관련 분야에 배출권거래제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우선 점검하고, 각국의 제도적 비교를 통해 비교우위를 파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이번 CBAM은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넘어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에도 포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이에 대비해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의 경우 탄소배출 관리 역량 배양과 공급망을 고려한 탄소배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산업연구원은 CBAM 시행 시 글로벌 공급망 전 과정에도 파급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CBAM을 의식해 탄소배출을 피하는 고육책으로 중간재의 유럽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귀띔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글로벌가치사슬 중 다운스트림으로 탄소배출이 이동하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글로벌 공급망 전 과정 관점에서 탄소배출 현황에 주목하고 향후 규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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