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칼럼] 블랙 위도우와 킹덤, 친숙하지만 새로운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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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입력 2021-07-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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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오랜만에 돌아온 마블의 야심작 '블랙 위도우'는 아직 국내에 론칭되지 않은 디즈니 플러스와 극장에서 동시에 공개되었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블랙 위도우를 보려면 30달러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을 자사 플랫폼과 극장에서 동시에 공개할 경우에도 추가 비용을 받지 않는다. 이는 각 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오리지널 제작은 1차적으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다. 디즈니 입장에서 블랙 위도우와 같은 대작 영화는 극장에서 관객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필자는 앞의 문장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렵다. 어쩌면 디즈니조차 아직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안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

마블 시리즈의 귀환은 코로나 때문에 정상적인 개봉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영화산업이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이게 될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영화산업을 비롯한 레거시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사업자다. M&A를 통해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디즈니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블랙 위도우의 둘째 주 관객동원은 첫째 주에 비해 67% 감소했다. 동시 공개가 관객동원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앞으로 마블 유니버스를 어떠한 방식으로 공개할지 디즈니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를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블을 비롯해서 디즈니가 앞으로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OTT 시장 경쟁 양상에 변화를 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미국 시간으로 7월 20일에 넷플릭스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성장률은 계속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1분기 전망치였던 2억864만명보다 많은 2억918만 가입자를 확보하였으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8.4%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이 10% 이하로 내려간 것이다. 또한, 가입자가 가파르게 성장했던 2020년 4분기에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 가입자 전망치로 내놓은 2억966만명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1분기 가입자 실적에 이어 넷플릭스의 가입자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스트리밍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북미 지역에서는 가입자가 감소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자신들의 행보를 자랑스럽게 공개해 왔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의 경쟁상대는 수면시간"이라고 한 말은 넷플릭스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수사이기도 했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넷플릭스는 닐슨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아직까지 미국의 텔레비전 소비에서 스트리밍이 차지는 하는 비중은 27%로 실시간 TV가 차지하는 비중인 63%에 비해 현저히 적고 여전히 실시간 TV에서 온디맨드(on-demand) 형태로 넘어가는 초기에 있다고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27% 중 자신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뉘앙스의 코멘트를 남겼다.

성장의 한계를 맞이한 것처럼 보이는 넷플릭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물에 진출하는가 하면, 게임도 서비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월정액 스트리밍 구독 모델이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이제 스트리밍 시장은 단순히 동종 사업자 간의 경쟁에만 몰입할 경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경쟁 플랫폼뿐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 전반 그리고 전 산업과의 연관 속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OTT 사업자들 앞에 놓여 있는 환경이다.

우리가 디즈니에게 기다렸던 것이 마블의 귀환이라면, 넷플릭스에게 기다려온 것은 '킹덤' 시리즈다. 넷플릭스는 7월 23일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을 공개했다. 킹덤이 돌아온 것은 반갑지만 미디어를 연구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킹덤 시즌2가 공개되었던 작년 3월 즈음의 넷플릭스 화질 저하 논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사업자 간 대가를 둘러싼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망 이용대가와 관련된 문제는 공정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이슈다. 인터넷 중심 환경에 살고있는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망 중립성 개념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다. 이용자의 편익 증대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하반기에도 국내 OTT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미디어 수용자 연구의 대가 제임스 웹스터가 자신이 수년간 해온 연구를 결산한 <관심의 시장>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처럼, 콘텐츠의 성공요인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방법도 없다. 다른 지면에서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상황에 맞는 맥락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가 블랙 위도우와 킹덤의 귀환을 기다렸던 이유는 그들이 팬들에게 친숙한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팬들이 그들을 기다린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모르는 그들의 전사와 미래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미디어 생태계에서는 친숙하지만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발생한다.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변화에 대응해야 하고 정부는 변화된 환경에 부합하는 대응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술의 진화와 선택권 확대는 이용자에게 더욱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다. 내가 왜 블랙 위도우와 킹덤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변화는 계속된다. 거기에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각자의 입장에서 그 고민에 맞설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노창희 필자 주요 이력 

▷중앙대 신문방송학 박사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디지털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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