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공정위 해운사 과징금, 꼬리가 몸통 흔드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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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
입력 2021-07-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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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

최근 TV 뉴스나 신문을 보면, 가장 큰 이슈는 대선후보 경쟁이 아니라 수출화물을 실어 나르는 선박 부족과 해상운임 폭등으로 야기된 해운대란이 아닌가 싶다. 
 
해운대란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 수출기업들이 어렵게나마 선박을 잡고 수출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 추진과 함께 HMM과 SM상선 등 우리 국적선사들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2017년 2월 한진해운이 장기해운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고사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2018년 4월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해 HMM으로 하여금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풀컨테이너선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20척을 건조하고 미주·구주 등 원양항로에 투입해 해운대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있다. 
 
원양항로와 달리 동남아, 한·일, 한·중 항로는 12개 국적선사들이 212척의 선박으로 공동운항을 통해 안정적인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일 항로에 취항 중인 이들 중소선사는 일본의 60여개 기항지를 거미줄처럼 연결하여 직항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수출기업들뿐만 아니라 일본기업으로부터도 지속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남아 항로에 취항하는 12개 우리나라 국적선사와 11개 외국선사들이 국제법(정기선동맹의 행동규칙에 관한 협약) 또는 자국법에 따라 시행한 공동행위가 해운법의 절차를 지키지 않은 부당한 공동행위라며, 공정거래법에 따라 약 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내놓아 해운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남아항로에 더해 한·일 및 한·중 항로도 같은 잣대로 조사하고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어 과징금 규모는 1조5000억∼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장기 해운불황의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어렵사리 생사의 문턱을 넘어선 국적선사들은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EU, 중국, 일본, 대만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해운법과 같은 특별법을 통해 해운회사 간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예외로 두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한진해운의 파산을 결정한 정책적 과오로 전 세계 물류망을 뒤흔들어 국제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제협약 및 국내법으로 허용되고 있는 공동행위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아닌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공동행위라고 판단한다면 또다시 전 세계로부터 잘못된 판단이라는 지적을 받을 것이다. 
 
공동행위의 부당성 여부는 해운법에 따라 소관부처인 해양수산부에서 판단할 일이지 공정위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설사 공정위가 판단한다 하더라도 국적선사가 해운법에 따라 이행한 행위절차가 미비하다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다. 그야말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사진=한국해운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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