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IPO 결산] 공모 활황의 이면··· '고평가' 논란에 정정 신고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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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1-07-2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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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흥행 이면의 잡음도 컸다. 증시 호황기에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며 IPO 기업들의 공모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됐다. 공모주 청약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금융당국 역시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에 따라 상장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당초 카카오페이는 오는 29~30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8월 중 상장을 계획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지난 16일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신고서에 대해 정정을 요청하며 상장 일정이 9월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의 상장 연기는 최근 IPO 시장에서 줄곧 문제로 지적됐던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간편결제 업체인 페이팔홀딩스, 핀테크 업체 스퀘어, 핀테크 플랫폼 기업 파그세구로 등 해외의 대형 핀테크 기업들을 유사 기업으로 선정했다. 산출 방식 역시 성장률 조정 매출 대비 기업가치(EV/Sales)라는 다소 생소한 방식을 채택했다. 정당성과는 별개로 산정 과정이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금감원 측은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며 공모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상장을 추진했던 대어급 기업들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공모가 산정 과정과 가격 수준이 정정신고서를 요구한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조(兆) 단위 공모를 진행했던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은 금감원의 정정 신고를 요구받은 뒤 기업가치 산정 방식을 크게 바꿨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두 차례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를 통해 2018년 실적과 진단키트 수요 감소와 관련한 매출액 변동 관련 위험을 추가로 기재하고, 최대 11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던 기업가치도 하향 조정했다. 유사기업에도 기존에 포함됐던 해외 기업들에 더해 휴마시스, 랩지노믹스, 바이오니아 등 국내 기업을 추가했다. 기업가치에 적용되는 할인율도 확대하며 희망 공모가 범위를 6만6000~8만5000원에서 4만5000~5만2000원으로 낮췄다.

크래프톤 역시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며 '몸값'을 낮췄다. 월트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해외 콘텐츠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하며 고평가 지적을 받자 해외 기업들을 전부 제외하고 국내 상장 게임사들을 비교군으로 삼았다. 기업가치 산정에 활용된 순이익 기간도 지난해까지 넓혔다. 이에 따라 공모가 희망범위는 종전 45만8000원~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에서으로 10%가량 하향 조정됐다.

재작년까지 금감원이 직접 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공모주 시장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며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도 증가했다. 2019년 한 건도 없었던 금감원의 정정 요구는 지난해 7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크래프톤과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외에 삼영에스앤씨, 아모센스, 에이치피오 등 중소형 공모에도 정정 요구가 있었다. 이들 기업의 경우 투자위험에 관련된 내용들이 주로 수정됐다.

금감원 측은 IPO를 진행하는 기업의 공모가는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판단하는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정정신고서를 요구하게 되면 직간접적으로 가격에 개입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공모가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되며 실제 일어나지도 않는 일"이라며 "다만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며 공모가 산출의 근거를 이유로 삼을 경우 발행사와 주관사 측에서는 자연히 하향 조정을 하게 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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