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멜론컴퍼니 합병에 카카오 주주 뿔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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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7-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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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멜론 로고]


카카오가 최근 자회사 멜론컴퍼니를 카카오엔터에 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원망을 듣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주주들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입장이다.

이유는 물적분할과 합병을 따로 진행하면서 기존 카카오 주주들로서는 분할과 합병에 따른 대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카카오로서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커진다. 향후 카카오엔터가 상장할 경우 그 수혜를 회사가 독차지할 수도 있다. 일부 주주들은 이를 두고 카카오 측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카카오, 물적분할로 멜론컴퍼니 분사
최근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멜론컴퍼니가 오는 9월 전격 합병한다고 밝혔다. 이달 30일 각사의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승인을 거친 뒤, 9월 1일을 기일로 합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와 멜론의 합병비율은 각 1:7.8367918로, 멜론컴퍼니의 보통주 1주당 카카오엔터의 보통주 7.836791주가 배정된다.

문제는 멜론컴퍼니가 지난 6월 1일 카카오에서 분할한 신설법인이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지난 3월 멜론사업부문(음원서비스, 뮤지컬, 티켓)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물적분할 과정을 거쳐 지난달 초에야 분할이 완료됐다. 결국 사업부를 분할해 새 법인을 만든 뒤 곧바로 이를 다른 자회사와 합병한다는 얘기다.

기존 카카오 주주들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우선 카카오가 멜론컴퍼니를 떼어내는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택했기 때문이다. 물적분할은 존속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배정받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소액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어 회사 입장에서 추가 소요 자금이 없다. 신설법인의 지분도 전량을 보유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존속회사의 주주들로서는 얻는 게 없다.

만약 인적분할을 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인적분할은 신설회사의 주주 구성비율을 기존회사의 주주 구성비율과 동일하게 나누는 것이다. 그 결과 기존 회사 주주는 신설법인의 신주를 분할대가로 받는다.

지난 2011년 신세계가 이마트를 떼어내며 인적분할을 실시한 바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분할 비율은 약 26대73이었다. 그 결과 신세계 주식을 100주 가진 주주는 분할 이후 신세계 주식 26주를 유지하고 이마트 주식 73주를 받았다.

이론적으로는 기업을 분할하더라도 기업의 가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할 경우 신설법인에 대한 주주들의 의결권이 확보되고, 향후 상장까지 이어진다면 소유 주식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분할을 반대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회사에 되팔 수도 있다.
 
주주친화적 분할합병 대신 물적분할+합병 '아쉬움'
게다가 카카오는 분사한 멜론컴퍼니를 곧바로 카카오엔터와 합병한다. 주주들로서는 더 아쉽다. 만약 카카오가 처음부터 '분할합병'을 진행했다면 카카오엔터의 신주를 분할합병 대가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분할합병은 인적분할과 합병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실례로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이 과정을 거쳤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투자부문을 두산중공업에 넘기는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존속하는 생산·판매부문과 두산중공업에 인수되는 투자부문의 분할비율을 약 31:69로 나눴다.

이어 두산인프라코어의 투자부문과 두산중공업의 합병비율은 약 0.69대1이다. 그 결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라면 분할합병 이후 소유 주식이 두산인프라코어 주식 31주를 유지하며 두산중공업 주식 47주(69주×0.69=47.61주, 소수점 이하 단주는 현금지급)를 받았다.

카카오도 분할합병을 한 바 있다. 지난 카카오커머스가 스타일 사업부를 분할해 여성의류 플랫폼 업체 크로키닷컴에 합병시키는 과정에서 분할합병 방식을 썼다. 이에 크로키닷컴이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를 흡수하는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 카카오커머스의 주주에게 지급했다.

카카오커머스의 지분 대부분은 카카오가 들고 있기 때문에 분할합병 결과 크로키닷컴에 대한 카카오의 지분율은 47%로 올라갔다. 기존 대주주 지분율은 30%대로 떨어져다. 외형적으로는 크로키닷컴이 카카오커머스의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크로키닷컴이 카카오의 자회사가 된 셈이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카카오 주주로서는 카카오의 멜론컴퍼니 분사와 카카오엔터로의 합병이 달갑지 않다. 카카오의 성장동력 중 한 축인 음원사업을 내주면서 손에 쥐는 이익은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자회사로 남기는 하지만 향후 카카오엔터가 따로 상장하면 그 수혜를 누리기 힘들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상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멜론컴퍼니 "최근까지 고민…경영환경에 따른 선택"
한편 카카오 주주로서는 아쉬움은 남지만 합병에 본격적으로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지난해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할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LG화학의 주력사업으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부문을 기존 주주들에 대한 배려 없이 물적분할했기에 주주들의 반발이 컸다. LG화학의 지분 10.4%를 가진 국민연금까지 반대표를 행사했을 정도다. 분할 이후 LG화학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LG화학 입장에서 배터리 사업부문의 비중(약 30%)이 절대적이지는 않았지만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됐던 터라 주주들의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카카오 주주 입장에서 멜론컴퍼니는 아깝기는 해도 핵심 사업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덜하다. 지난해 카카오의 음원 사업부문 매출액은 약 6192억원 규모다. 카카오 전체 매출액 4조1568억원의 15%에 못 미친다.

이에 대해 멜론컴퍼니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에서 멜론컴퍼니를 분사할 때만 해도 단독으로 경영할지 카카오엔터와 합병할지 결정이 나지 않았던 상황"이라며 "최근에야 카카오엔터와의 합병이 사업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합병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T기업의 경영환경은 트렌드가 수시로 변하다 보니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물적분할을 선택한 것은 이런 경영 환경에 조직을 재빠르게 변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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