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에 부는 4차 산업혁명…AI·빅데이터로 신약 개발

전환욱 기자입력 : 2021-07-12 06:46
SK케미칼·한미약품 등 기존 약물 바탕 신약재창출에 AI 활용 신약재창출 후보물질 찾는 '스크리닝'…AI로 시간·비용 단축

SK케미칼 사옥 전경 [사진=SK케미칼]


​제약·바이오 시장에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약물에서 새로운 질환의 효능을 발굴하는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작업에 인공지능(AI) 기술과 병·의원 환자 정보 기반 빅데이터(Big Data)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으면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의 실패 확률도 자연스럽게 낮아져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어 관심이 쏠린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지난 2일 AI 신약개발사 스탠다임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협업 방안을 담은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양사는 스탠다임의 신약 재창출 플랫폼인 스탠다임 인사이트(Standigm Insight)를 통해 발굴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해당 후보물질은 내년 상반기 중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상 임상시험을 완료한 이후 기술 이전을 검토할 예정이다.

스탠다임 인사이트가 신약 재창출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스크리닝(Screening)' 작업이다. 스크리닝은 기존에 개발된 수십만개의 약물 중에서 기존 약효가 아닌 새로운 약효를 낼 가능성이 있는 약물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이다. 예컨대, 기존에 고혈압 치료제로 출시된 약물을 당뇨병 등 다른 질병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에서 15년이 소요되고 약 1조~2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업계에선 스크리닝 작업만에도 10년이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스탠다임 인사이트를 비롯한 AI가 스크리닝 작업을 수행하면서 작업 시간을 상당히 단축해줄 것으로 업계에서 기대하고 있다.

AI의 도움을 받을 경우, 신약 개발기간은 평균 3~4년으로 단축되고, 개발 비용도 6000억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알려진다. AI가 한 번에 100만건 이상의 논문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AI는 인간 수십명이 수개월 동안 1000여편의 논문을 읽어야 겨우 10여개 찾아낼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단 하루 만에 찾아내기도 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면 기존의 방식보다 더 수월하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약물을 찾아낼 수 있다"며 "개발에 투여할 예산과 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절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개발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SK케미칼은 스탠다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SK케미칼은 해당 후보물질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 한독 등에서 AI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월 신테카바이오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개발 협력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물재창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다.

지난해 디어젠과 계약을 체결한 한독은 항암제를 비롯해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디어젠이 자사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디어DTI(DearDTI)’로 빠른 시간 안에 타깃 단백질에 대한 후보물질을 도출하면, 한독이 해당 물질을 기반으로 추가 검증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약 개발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환자 맞춤형 신약 개발을 위해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JW중외제약은 2010년대부터 바이오 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인 '클로버'와 '주얼리'를 구축해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클로버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질환 특성에 맞는 신약 후보물질을 골라내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항암제, 면역질환치료제, 줄기세포 치료제 등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주얼리는 생체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모방한 2만5000여종의 화합물 문헌(라이브러리)을 저장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클로버와 주얼리를 활용해 현재까지 9조개의 파이프라인을 발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이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로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JW1601'과 통풍 치료제 'URC102' 두 물질이 대표적이다.

JW1601은 항염증 효과 중심인 경쟁 제품과는 달리 가려움증과 염증을 동시에 억제하는 신약 후보 물질로 평가받는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URC102는 통풍 질환에 유효한 신약 후보 물질로, 요산 배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JW중외제약은 자체 플랫폼으로 발굴한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해 비임상 시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탈모 치료제 JW0061은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 임상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콜마의 자회사 HK이노엔도 빅데이터를 신약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 5월 국립암센터 암 데이터 플랫폼 사업단·전북대학교병원 전북빅데이터센터 등과 암 빅데이터 플랫폼인 '커넥트(CONNECT)'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커넥트는 국립암센터 등 11개 기관에서 생산한 암 임상데이터들을 모은 다기관 임상 라이브러리 플랫폼이다. 유방암, 갑상선암, 난소암, 폐암 등 총 10종의 암 임상자료들을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항암제 임상개발 단계에서 환자군 정의와 환자 모집이 개발 성패와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에 HK이노엔은 연구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고자 암 빅데이터 활용에 나섰다.

이번 협약으로 HK이노엔은 커넥트를 표적 환자 분류와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개발, 임상시험 실시기관 선정 및 대상자 모집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은 암 빅데이터로 국내 환자들의 특성을 파악해 최적의 임상시험설계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관련 변이유전자, 바이오마커(체내 지표)를 발견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한 항암제를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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