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개 동물 찾아야"...코로나19 인체 감염, 우한수산시장에서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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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7-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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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놓고 과학자들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중간 매개 동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BBC는 에드워드 홈스 호주 시드니대학 교수를 비롯한 미국, 영국, 호주, 중국, 뉴질랜드 등지의 연구자 21명이 코로나19가 우한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해당 논문은 지난 7일 개방형 정보 플랫폼 '제노도(Zenodo)'에서 공개됐으며, 아직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상태다.
 

지난 7일(현지시간) '제노도(Zenodo)'에서 공개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비판적 고찰' 논문. [자료=제노도(Zenodo)]

 
과학계와 국제사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이 어디인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체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전파했을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사람에게 감염된 장소에 대해서는 화난수산시장과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사태를 2003년 유행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SARS)'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매개 동물'을 통한 수산시장 감염설에 힘을 실었다.

과학계는 두 종류의 바이러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야생 박쥐에서 최초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박쥐에 기생하던 원형 바이러스가 인간으로 직접 감염될 확률이 적기 때문에, 중간 매개체를 거쳐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인수공통감염병'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스의 경우, 2017년 연구를 통해 중국 윈난성의 동굴에서 서식하는 관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 전이된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기존의 연구를 검토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이 자연 상태의 야생 박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코로나19 유행 상황도 사스 유행 당시와 유사하게 진행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따라서 해당 논문은 코로나19의 기원을 알기 위해선 중간 매개 동물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며, 자연 상태에서 코로나19에 양성인 박쥐를 찾지도 못하고 최초 감염자를 모르는 현 상황에서 사람이 처음 감염됐을 가장 개연성이 높은 장소로 화난수산시장을 지목했다.

지난 2019년 12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처음 발병할 때까지 18개월 동안 화난수산시장에선 5만 마리에 달하는 38개 종의 야생동물이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화난수산시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해당 연구는 "코로나19 기원 논쟁이 불필요하게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코로나19 사태의 기록을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코로나19 기원을 밝혀냄으로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 사이 중국 우한 현지를 방문해 발표한 코로나19 기원 조사 결과와 유사한 결론이다.

다만, 당시 중국 당국이 조사팀에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 등으로 일각에선 해당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하기도 한다. 해당 조사가 코로나19의 연구실 유출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의 연구실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인 데이비드 렐먼 스탠포드대 미생물분자학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서 "현재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열심히 모아 훌륭한 가설(시장 기원설)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렐먼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도 연구진이 선호하는 가설을 주장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새롭게 발견된 증거 없이 새로운 가설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렐먼 교수는 지난 5월 중순 국제적으로 저명한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에 동료 연구자들과 공개 서한을 보내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연구실 유출설을 배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다만, 렐먼 교수는 정치적 성향 때문에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아니며, 코로나19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코로나19의 기원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에 생물 보안(Biosecurity)과 실험실 안전 문제를 자문하는 전문가인 그는 과학 실험실에서 크고 작은 실수가 일어나는 사례는 무수하며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서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WIV에서 실수로 바이러스를 유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중국 당국이 진상 규명을 위해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하는 등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하지만, 코로나19 기원설의 정치적 확대가 오히려 조사를 어렵게 한다는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소재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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