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자민당)이 4년 만에 제1당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이기고도 이기지 못한 선거'라는 오명을 입은 채 위기를 맞고 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도쿄도의회의 과반(127석 중 64석)을 차지한다는 당초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로 올 상반기 일본 내 중요한 국내 정치 일정이 대체로 마무리되자, 일본 정국의 시계는 빠르게 중의원 선거(총선)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유력한 중의원 해산 시기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폐막(각각 8월 8일과 9월 5일)하는 9월 초~중순으로 꼽힌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사진=트위터]

 
◇"결국 선거는 아베"...정권 교체 위기에 '아베 재등판설' 솔솔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성향 언론 잡지인 데일리신초는 도쿄도의회 선거를 치르기도 전인 지난 2일 "자민당이 9월 총선에서 35석 이상을 잃으면 정권 교체가 일어난다"면서 '아베 대망론'을 꺼내들었다.

매체는 "현역 정치인 중에서 아베 전 총리만큼 대중의 반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서 "지난해 퇴임 후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올해 초 정치 활동을 재개하자 지지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뜨겁다"고 평가했다.

또한 데일리신초는 자민당 내부 분위기를 전하면서 최근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면, 자연스럽게 가장 경쟁력 있는 차기 자민당 총재 후보로 아베 총리만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스가 총리가 9월 총선에서 당의 신임을 잃는다면, 당을 이끌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인물은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외무상과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담당상으로 꼽힌다.

기시다는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전후로 당 서열 3위의 정조회장(한국의 정책위원장)을 역임하며 독자 파벌(기시다파·47명)로 독립한 상태긴 하지만, 자민당 내 주류 파벌의 지지를 고루 얻을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다.

기시다는 아베 전 내각에서 외무상을 역임할 때부터 아베 전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베 전 총리가 속한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6명)와 기시다파는 사실상 동일 파벌에 가깝다. 또한 당내 2위 규모 파벌인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이끄는 아소파(55명)는 아베 전 총리의 호소다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 세 파벌의 지지(198명)만 얻어도 전체 335명의 자민당 의원 중 과반(168명)을 넘어선다.

그러나 기시다의 대중적 인기와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점이 번번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소다파는 기시다의 대체 인물로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노 행정개혁상은 내각 안에서 야당의 역할을 자처하며 속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자주 내놔 대중적 인기가 높지만, 당내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아베 전 총리가 고노 장관을 '매우' 싫어한다는 점이 최대 약점이다. 따라서 고노 장관은 아소파에 속해있긴 하지만, 아베 전 총리와 호소다파의 압력으로 본인 파벌의 지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당내 3위 파벌인 다케시다파(52명) 소속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현 외무상도 차기 총재 후보 가시권엔 들어있으나, 파벌 세력이 부족한 것이 한계다.

이런 이유에서 데일리신초는 결과적으로 차기 자민당 총재 후보로 자연스럽게 아베 전 총리만이 남는다고 분석했다. 만약, 해당 분석이 현실화해 아베 전 총리가 9월 총선을 자민당의 승리로 이끈다면, 아베 3기 내각은 '탄탄대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사진=AFP·연합뉴스]

 
◇"아베도, 스가도 싫어"...'제3자' 차기 총리 가능성은?

한편, 고이케 지사의 대권 도전 가능성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TV 앵커 출신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천거로 자민당에서 정치에 입문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오면서 자민당을 탈퇴했고, 지난 2013년 도쿄도의회 선거 당시 도민퍼스트회를 설립해 실질적인 당수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도민퍼스트회를 탈퇴해 무소속 상태인 고이케 지사의 당 이탈 상황은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고이케 지사는 선거와 올림픽 개막 준비, 코로나19 확산세 대응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과로를 이유로 입원했다. 다만, 선거 직전인 이달 2일 퇴원해 도민퍼스트회 선거 지원을 일부 도왔지만, 고이케 지사가 자민당 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의심은 깊어지고 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를 노리는 고이케 지사가 9월 총선 국면에서 자민당에 재가입하고 중의원 선거 출마·차기 자민당 총재·내각 총리 대신 도전·내각 복귀 등의 선택지를 재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이케 도지사 측은 향후에도 도쿄도의 도정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이를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고이케 지사가 입원과 퇴원 사실을 공개하고, 선거 전 마지막 유세를 도와 도민퍼스트회의 선전을 끌어낸 것을 두고 화려한 행보로 대중의 이목을 끄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의 그가 특유의 '극장 정치'를 재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오는 9월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는 제1야당인 민주당 측은 이번 선거를 통해 충분한 정권 교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자민당 장기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는 민주당은 지난 2012년 정권을 잃은 이후 분열했던 범(汎) 민주당 세력을 통합하고 일왕 옹립 여부 등 정책적 차이로 그간 관계가 좋지 않았던 공산당과도 선거 연합을 이루면서 차츰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공산당 내부에 남아있는 서로에 대한 거부감이 일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기에, 9월 총선 승리를 위해선 양측의 선거 연합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향후 민주·공산 연합이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면, 현재 민주당 당수인 에다노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재집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전 일본 총리(현 일본 입헌민주당 당수).[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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