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로 재테크] "취미가 돈이 되네요"...MZ세대의 슬기로운 투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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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21-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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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미로 모은 운동화가 짭짤한 돈이 되네요." 중고 신발을 사고파는 이른바 슈테크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수조원대 규모로 불어나면서 대기업까지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은 남다른 희소성에 가치를 부여하고, 소비를 게임하듯 즐기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다. MZ세대를 등에 업고 슈테크는 최근 주식 못지않은 투자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30일 무신사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디올과 나이키 합작품 '에이조던1 레트로 하이 디올'의 경우 국내 발매가가 300만원에 달했지만, 해당 앱에서 1270만원에 팔렸다. 수익률만 무려 300%를 넘어선 것이다. 슈테크로 거래가 많이 되는 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화이트 블랙(흰고래)는 최고 400%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 제품은 국내 발매가 11만9000원으로, 지난 3월 솔드아웃에서 최고 59만9000원에 거래됐다.

얼마 전 슈테크를 처음 경험했다는 A씨는 "한정판 운동화가 비싸게 팔린다는 말에 기대 없이 응모했다가 우연히 당첨됐다"며 "나이키 덩크 로우 SP를 11만9000원에 사서 48만원에 팔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택배비 4000원을 제외하고 390%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이라고 했다. 한정판 운동화가 돈이 되자 신발에 관심 없던 일반인들도 슈테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일단 응모나 해보자"는 일반인들까지 슈테크 시장에 가세하면서 운동화 가격을 더 띄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슈테크가 주식 투자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는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만 따져도 전 세계 시장의 4분에 1에 해당하는 약 5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코는 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까지 6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 기준 현재보다 앞으로 4년 안에 3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시장에서는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고,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자유롭게 다뤄 정보 수집에 능숙한 MZ세대가 최근 소비 시장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소수의 마니아층 시장에 불과했던 슈테크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건의 가치를 소유보다 사용과 경험에 두는 MZ세대가 개성 있는 아이템을 찾아 활발하게 소비·판매하는 것을 하나의 놀이로 여기면서, 최근 급성장하는 리셀 시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슈테크는 이미 흔하게 알려진 '샤테크(샤넬+재테크)'와 '롤테크(롤렉스+재테크)'보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큰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마니아층도 상대적으로 더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매장에 직접 가서 구매해야 하는 명품과 달리 슈테크로 주로 활용되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에서 한정 판매하는 운동화는 대부분 추첨제 방식으로 시장에 풀린다. 10~20만원 여윳돈만 있으면 추첨에 응모할 수 있고 운만 좋다면 한정판 운동화의 주인공 될 수 있다. 당첨만 되면 손쉽게 소위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것이다.

 

최고 300% 넘는 수익률을 올린 상품 캡처 화면(왼쪽)과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 이미지. [사진=무신사 제공]


스니커즈 리셀 시장으로 돈과 소비자가 몰리자 대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네이버부터 무신사, KT까지 이름만 대도 알 만한 굵직굵직한 대기업이 한정판 신발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는 서울옥션이 출시한 엑스엑스블루와 아웃오브스탁, 프로그, 3개밖에 없었다.

네이버는 2020년 3월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운동화 중고거래 플랫폼 크림을 내놓았다. 크림은 공식 론칭 후 1년 만에 누계 거래액이 2700억원을 넘어섰다. 매월 전월 대비 평균 121%의 높은 거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00여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같은 해 7월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도 한정판 스니커즈 중개 플랫폼 솔드아웃을 선보였다. 솔드아웃은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25만 회를 돌파하고, 월평균 12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는 취급 품목을 스트릿웨어까지 늘려 한정판 마켓으로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솔드아웃 역시 지난달 두나무로부터 1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KT 자회사 KT엠하우스는 지난해 10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리플을 론칭한 데 이어 올해 4월 고객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를 넣어 새로 단장했다. MZ세대의 니즈에 맞춰 플랫폼 서비스를 수정한 것이다. KT엠하우스는 이번 리뉴얼에서 빠른 거래, 스니커즈 보관 서비스 등을 추가했다. 특히 빠른 거래는 실물 배송 없이 리플 앱 내에서 한정판 스니커즈 소유권을 사고팔 수 있는 기능으로, 신속한 거래를 원하는 MZ세대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서비스다.

비슷한 시기 중고 거래 플랫폼 운영업체 번개장터는 17년 차 스니커즈 커뮤니티인 '풋셀'을 인수하기도 했다. 풋셀은 두터운 스니커즈 마니아층이 모여있는 스니커즈 커뮤니티로, 2004년 설립돼 회원 수만 19만명이 넘는다. 스니커즈와 패션 최신 뉴스와 신상품 소개, 개인 간 거래 게시판 등이 활성화돼 있는데, 일평균 2000건 이상의 개인 간 거래 상품이 등록될 정도로 활발한 커뮤니티다.

대기업들이 한정판 상품만 따로 사고파는 전용 플랫폼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과거에는 중고나라 같은 개인 간 거래 사이트에 국한됐던 슈테크 거래가 더 안전해졌을 뿐만 아니라 손쉬워졌다. 꼭두새벽부터 신발 매장 앞에서 긴 줄을 기다리며 대기표를 받던 이전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해당 플랫폼에서 클릭 한 번에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출시가 예고된 한정판 운동화를 손에 쥘 수도, 원하는 가격에 팔 수도 있다. 안심 구매를 위해 100% 정품 보장 검수도 플랫폼에서 다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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