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폐지 vs 저질 일자리 개혁'...미 고용 둔화 놓고 엇갈리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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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6-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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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업급여 없애니 실업률 줄었다?...코로나 비상지원이 못마땅한 월가

  • "내 일이 인정받는 일자리를 원한다"...코로나19 사태가 바꾼 구직관

"내 일이 인정받는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시간당 15달러 이상의 임금을 알아보고 있지만, 채용 공고들은 10달러, 12달러, 13달러밖에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거주하는 구직자, 엘로디 노혼)

최근 미국 내 고용 회복세 둔화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봉쇄의 여파로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미국에서 1940만명이 실직한 이후 고용시장 회복세는 경제 정상화의 척도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미국의 고용 회복세는 눈에 띄게 둔화하자, 일각에서는 향후 경제 성장세도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경제 위기 상황(침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2일(이하 현지시간)에는 미국 노동부가 공식 고용 지표를 공개하기에, 금융시장의 이목은 벌써부터 노동시장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6월 미국 내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가 전월보다 70만개 늘었을 것이라 예상하곤 있지만, 이조차도 지난 4월 전망치였던 100만건 증가에서 크게 위축한 수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해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월가를 비롯한 보수 성향의 시장 참여자는 연방정부의 특별 실업급여가 고용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면,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저질 일자리'가 넘쳐나는 현실을 지적하며 미국 노동시장의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는 각각의 시각을 대변해 고용 회복세 둔화 문제를 상세히 분석했다. WSJ은 "지난 몇 달 동안 고용주들은 돈을 나눠주는 연방정부와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노동자를 채용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비판한 반면, NYT는 "연방정부의 실업급여가 구직자들에게 더 높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미국 노동부의 비농업 부문 고용 건수 등락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실업급여 없애니 실업률 줄었다?
이날 WSJ은 "최근 주민들에게 특별 실업급여 제공 혜택을 조기 종료한 미국 21개 주에서 주정부의 실업급여 수령자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를 해당 지역의 고용 회복 움직임으로 풀이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실직 사태가 일어나자 주정부가 제공하는 기존의 실업수당 외에 특별 실업급여를 추가로 지급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지난해 3월 최초 도입 당시 미국 연방정부는 주당 600달러(약 68만원)의 추가 급여를 제공했고, 이후 오는 9월까지 주당 300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으로 축소된 상태다.

이는 주정부 차원에서 지급 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입법됐는데, 최근 일각에서 고용 둔화 현상의 원인으로 추가 실업급여를 지목하자 미주리주를 포함한 4개 주에서 지난 12일 처음으로 이를 종료했다.

이후 지난 19일에는 7개 주가 이에 가세했으며, 오는 7월 3일과 10일에는 각각 10개와 4개 주정부가 추가로 동참한다.

WSJ은 "주정부들의 추가 실업급여 조기 중단 조치로 더 많은 사람들이 구직 압력에 놓이게 될 것"이라면서 실제 가장 먼저 이를 선언한 미주리주에선 최근 몇 주 사이에 구직 지원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IB)인 제프리스에 따르면, 6월 중 추가 실업급여 종료를 선언한 주의 실업급여 수령자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이달 12일까지 13.8% 감소했으며 7월 종료를 선언한 지역은 같은 기간 10%나 줄었다.

반면, 연방정부의 기본 방침인 9월까지 추가 실업급여를 유지하기로 한 지역의 실업급여 수령자는 5.7% 감소에 그쳤다.

이에 대해 아네타 마코우스카 제프리스 수석 경제학자는 "추가 실업급여 종료에 따른 반응이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주들은 돈을 나눠주는 연방정부와 경쟁해야 했기에, 빈 일자리를 충원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공개 채용 박람회. [사진=AFP·연합뉴스]

◇"내 일이 인정받는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다"...코로나19 사태가 바꾼 구직관
일각에선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육아 부담과 감염 위험으로 구직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추가 실업급여를 조기 종료하는 방침은 부당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스티븐 파자리 미국 워싱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주리주의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비교적 가벼웠기 때문에 고용 회복세가 빨라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는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서야 백신을 접종했는데 9월까지 이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지역의 구직자들을 심층 취재하면서 "이번 논쟁이 건강한 노동시장의 모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소속 경제학자인 캐서린 애브라함은 "현재 노동시장의 명백한 문제는 고용주와 노동자가 서로 생각하는 채용 조건이 엉망으로 엉켜 있다는 점"이라면서 "노동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일자리에 대한 양측의 조건과 생각을 일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란신 블라우 미국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현재 미국 노동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승진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주택·식료품 등의 필수 생활 비용을 충당할 수 없을 만큼 소득이 적은 저질 일자리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수 많은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했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경제·사회가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임금 핵심 노동 인력에 대한 보상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생겨났다"고 비판했다.

NYT는 최근 수십년 동안 미국의 국가 소득과 생산성이 두드러지게 향상했음에도 대학 학위가 없는 시민들의 실질 임금은 하락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실제, 1974년부터 2018년까지 남성의 실질 임금은 고등학교 졸업 학력은 7%,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력은 18%나 하락했다.

신문은 이에 따라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고용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인력을 빠르게 대체하는 이점을 누려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노동자들이 이와 같은 고용 관행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매장 관리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에이미 터슐루스는 NYT에 이에 대해 "일부 고용주들은 '교체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면서 "그간 저임금과 (고용주에 유리한) 조건만 제시해오는 데 익숙해진 고용주들도 노동과 채용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과거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 장기적으로 경제에 더 이득이라는 것을 역설한 바 있다.

데일리 총재는 "역동적인 노동시장은 양측의 보상을 협상하는 시장이며, 고용주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조건이 좋은 일자리가 가장 큰 생산성을 창출한다"면서 "이와 같은 의미에서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제도는 노동자에게 재정적인 여유를 만들고 더욱 까다롭게 일자리를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장기적으론 노동시장과 경제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사진=유튜브·스탠포드 경제 정책 연구소(SIE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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