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화폐환상’ 뚜렷…“명목수익률이 실질수익률보다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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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6-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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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제공]

우리나라 성인들이 주택거래, 금융거래의 손익과 임금 수준을 평가하는 데 있어 물가변동을 고려한 실질가격보다 명목가격의 변화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성인의 대표표본을 대상으로 화폐환상에 대한 설문조사 진행한 결과, 국내에서도 화폐환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화폐환상은 경제주체들이 물가변동을 고려한 후의 실질가치가 아닌 화폐의 명목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성향을 말한다. 일례로 물가와 명목임금이 각각 2%씩 상승했을 때, 실질임금은 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임금이 상승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서울 및 4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0~59세 성인 남녀 500명(성, 나이, 지역별 인구 비례할당)을 대상으로 지난 2018년 6~7월 중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 다수의 응답자는 주택거래나 일반거래서의 손익평가시와 임금 수준이나 공정성 판단 시 실질가치보다 명목가치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A씨(주택 매입가 2억원, 1년 후 주택 매도가 1억5300만원, 1년간 물가 25% 하락) △B씨(주택 매입가 2억원, 1년 후 주택 매도가 1억9800만원, 물가상승 없음) △C씨(주택 매입가 2억원, 1년 후 주택 매도가 2억4600만원, 1년간 물가 25% 상승) 중 거래를 잘한 순서대로 1~3등을 나열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56.4%가 1등으로 C씨를 선택했다. C씨의 경우 명묵수익률(23%)만 높을 뿐 실질 수익률(-2%)은 가장 낮다.

임금수준과 공정성을 판단하는 질문에서도 화폐환상이 발견됐다. ‘불황을 겪고 있는 지역에 위치한 A회사(물가상승률 0%)가 올해 임금을 7% 삭감했는데 수용할 만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5.2%가 수용할 만하다 답했으며 65.8%는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반면 ‘불황을 겪고 있는 지역에 위치한 B회사(물가상승률 12%)가 올해 임금을 5%만 인상하기로 했는데 수용할 만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51.2%가 수용할 만하다고 답했다.

다만 조금 다른 맥락의 질문을 제시한 경우에는 화폐환상 가설과 부합하지 않는 결과도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후, 은행 예금을 늘릴지 또는 주택투자 비중을 늘릴 것인지 질문한 경우에는, 실물자산인 주택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합리적인 응답이 많았다. 또한, 실질금리는 불변이지만 명목금리는 변화하는 상황을 제시한 후, 가계에 주택투자를 조정할 것인지 설문한 결과, 다수가 투자를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황인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화폐환상이 어떤 특성이 있는 응답자에서 강하게 나타나는지 회귀분석한 결과(Ordered logit 및 OLS) 화폐환상은 교육수준과 관련이 있기는 했지만, 단지 인지력이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개념 이해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현상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화폐환상이 클수록 지방 거주자의 경우 가계의 순자산 규모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화폐환상이 가계의 자산축적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화폐환상은 주식투자 경험과도 약하게나마 부(-)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계가 이렇게 화폐환상을 지니고 있다는 설문결과는 거시경제 분석과 예측 등에 있어, 실질변수 못지않게 명목변수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며 “또한 경제정책에 관한 선호에 있어 프레이밍 효과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확인했는데, 이는 경제정책의 수립과 커뮤니케이션 시, 다양한 행태적 속성을 고려하여 정책을 설계하고 경제주체와 소통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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