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돋보기] 전염성 강한 소 브루셀라병 다시 확산···방역에 구멍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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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승호 기자
입력 2021-06-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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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혈검사 때 편법 동원···한 마리 혈액으로 수 십 마리 검사에 이용

  • 공동방제단 운영도 허술···전라남도 일제검사 이달 중 마무리 방침

 

[사진=박승호 기자]

올해 소 브루셀라병이 무안과 나주 등 전남지역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방역작업에 허점이 많아 축산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 병은 소가 유산하거나 사산, 불임하게 하는 2종 가축전염병이다.

브루셀라병에 걸린 소는 무조건 살처분되고 해당 농가는 최소 6개월 동안 시장거래를 할 수 없어 농가피해가 심각하다.

23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남에서는 올해 들어 무안과 나주, 신안 등 10개 시군 102개 농가에서 720여 마리가 이 병에 걸려 살처분됐다.

구체적으로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57개 농가에서 466마리가 걸렸고 6월 들어서는 50개 농가 252마리의 소가 이 병에 걸렸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확산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경남과 울산, 전북에서도 소 브루셀라병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소 브루셀라병이 발병할 경우 관할 동물위생시험소는 해당 농가에 이 사실을 알리고 자치단체는 그 농가에 이동제한 명령을 내린다.

당장 소를 사고 팔 수 없게 되고 이후 최소 6개월 동안 시장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이어 수의사가 시군 공무원이 보는 앞에서 감염된 소를 안락사시킨다. 농가는 평가액의 80%를 보상 받지만 6개월 동안 소를 키울 수 없게 된다.
 

[사진=박승호 기자]

기자가 만난 무안군 몽탄면의 한 축산농업인은 “소를 우시장에 팔려고 브루셀라 검사를 했는데 처음에 한 마리가 나오더니 2차 검사에서도 계속 또 나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 지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이 병이 왜 근절되지 않을까.

전남지역 동물병원과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소 브루셀라병이 확산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방역에 있었다.

브루셀라병 감염을 확인하려면 우선 소의 피를 일일이 뽑아 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채혈요원은 편법을 쓴다. 채혈할 때 소가 순순히 응하지 않아 작업하기가 어렵게 되자 한 마리에서 많은 혈액을 뽑아 다른 소 검사에 이용한다.

심지어 현장에 가지도 않고 전혀 다른 농가의 소의 혈액을 검사 때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무안군은 이같은 부정 채혈이 적발돼 지난해 자격이 박탈됐는데도 올해 다시 채혈요원으로 임명했다. 이 때문인지 올해 무안에서 브루셀라에 걸린 소가 전남에서 가장 많은 150마리에 이른다. 나주가 45마리로 두 번째다.

공동방제단도 유명무실하다.

시군 자치단체는 해당 지역축협에 공동방제단을 꾸리고 운영비를 지원하며 가축방역을 하고 있다. 살처분할 때 공동방제단 차량이 농가를 방문해 먼저 소독을 하고 발병 농가를 주기적으로 소독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자치단체는 농장을 방문하는 가축운반차량과 사료차를 소독할 수 있는 거점소독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 돼지열병에만 적용할 뿐 소 운반차량에 대해서는 거점소독시설 방문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전라남도 동물방역과 이용보 과장은 “채혈 위반 사례가 적발돼 공수의사를 해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시군이 자체적으로 채혈을 하고 있어서 무방비 상태다. 축산 현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채혈할 때 읍면 직원들이 반드시 입회하도록 강력하게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라남도는 감염된 소를 색출하기 위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일제 검사를 이달 말까지 끝낼 방침이다.

특히 무안군을 비롯한 빈발 지역에서는 반복 검사를 하고 있다.

축산전문가들은 올바른 채혈과정을 통해 제대로 검사하고 정해진 방역소독 매뉴얼을 충실히 따르지 않으면 일제 검사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근절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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