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물붕괴' 엉터리 해체계획서, 모든 측정자는 홍길동?

박기람 기자입력 : 2021-06-21 13:40
날씨·기온도 허위 작성…김은혜 "조합·건설사 영혼 없는 합작 결과물"

19일 오후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국화가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된 해체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됐으며 검토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21일 광주시청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학동4구역 철거 허가 건물 철거 공사계획서'에 따르면, 3번 항목인 '철거대상 건축물 안전도 검사'에 실존 인물인지 모호한 측정자가 기재돼 있으며, 날씨와 기온마저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체계획서에 따르면, 지난 4월29일에 측정된 모든 건축물의 측정자가 주로 공문서의 견본용 이름으로 쓰이는 '홍길동'으로 기재돼 있어 엉터리 기입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이날과 지난해 12월29일로 작성된 측정양식에 날씨를 '맑음', 기온을 '25℃'로 모두 동일하게 적시했다.

그러나 기상청에서 해당 날짜의 날씨와 기온을 확인한 결과 4월29일 광주의 평균기온은 17.4℃였고 최고기온 역시 23.3℃에 불과했다. 기후는 '비, 황사'였다. '25℃'로 적시된 지난해 12월29일 평균기온은 '3.3℃'이고 기후는 '비, 눈 등'으로, 실제 기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건축물 해체 시 안전을 위해 외벽 강도를 측정하는 것과 이를 기입한 해체계획서의 작성이 형식적인 요식행위일 뿐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체계획서를 승인하는 해당 지자체와 해체계획서를 검토하고 확인하는 감리사 역시 부실 검토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건물 해체 과정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5월1일 건축물관리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이 법은 건물 관리자는 건물을 해체할 때 지자체에 안전계획이 포함된 해체계획서를 제출하고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지자체에선 이 해체계획서 내용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결국 해체계획서를 기반으로 한 해체공사 허가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번 참사는) 조합과 건설사의 영혼 없는 계획서와 무사안일 감리, 그리고 이를 무사통과시킨 지자체가 빚어낸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체계획서의 작성에서 검토·감리 등을 전문가 손에 맡기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주 건물붕괴 참사는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발생했다.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철거공사 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매몰됐다.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은 숨졌고, 8명은 다쳤다.

한편 광주 동구에 따르면 추모 공간인 합동분향소는 내달 11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됐다. 운영 시간은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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