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동선으로 본 ‘가톨릭 신자’ 문재인 대통령의 신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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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1-06-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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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순방마다 항상 방문… 결혼식도 부산 성당서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에서 후안 호세 추기경을 면담하며 선물을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가톨릭 세례명은 ‘디모테오(하느님을 공경하는 사람)'이고, 김정숙 여사 세례명은 ‘골롬바(평화의 상징 비둘기)'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부산 영도구 신선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릴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된 데 대해 “한국 천주교회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인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 대주교에게 보낸 축전을 통해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님께서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되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으로부터 대주교 칭호를 부여받았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500년 역사를 가진 성직자성은 전 세계 사제와 부제들의 모든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부처다.

문 대통령의 가톨릭 국가 해외 순방 일정에는 꼭 성당 방문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에 방문했을 때 역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을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인종 차별’을 비판해 온 최초의 흑인 추기경이다.

문 대통령의 남다른 신앙심의 발자취와 그 배경을 짚어본다.

◆오스트리아 수도원·스페인 성당 등 마지막 일정은 ‘가톨릭’

이번 영국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오스트리아·스페인 등 6박 8일간의 유럽 순방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도 ‘성가족성당’ 방문이었다.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또는 ‘가우디 성당’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 부부는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을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환담 자리에서 “며칠 전 유흥식 라자로 주교께서 한국 가톨릭 성직자 중 최초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되는 경사가 있었다”면서 “한국 가톨릭의 기여와 역할에 대한 교황님과 교황청의 높은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후안 호세 추기경은 “대통령님을 만나고 나서 기도의 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 대통령 가족과 한국 가톨릭 신자를 위한 기도”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조르디 파올리 성가족성당 수석건축가로부터 성당 내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이름과 ‘영광의 문’에 한국어로 쓰인 기도문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문 대통령은 “김대건 신부님의 마지막 말씀이 ‘저의 불멸의 삶은 이제 시작되었다’였다”라며 “한국 가톨릭의 발자취를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편에서 느낄 수 있어 가슴 벅차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이 성스러운 성당에서 끊임없이 완성을 추구해가는 삶의 경건함을 느낍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지난 15일 오스트리아에서도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부부와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해 “유서 깊은 중세 수도원을 짧은 시간이나마 둘러볼 수 있게 돼 가톨릭 신자로서 특히 기쁘다”라면서 “가톨릭의 가치가 평생 내 삶의 바탕을 이뤘고,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높은 윤리의식을 지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수도원 소개를 맡은 막스밀리한 하임 수도원 원장에게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묵주 반지를 낄 것을 권유하셨다”면서 자신의 묵주 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가톨릭은 고난과 고통의 시기에 인류에게 희망이 됐는데,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전 인류가 연대와 사랑으로 서로 도와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벨렌 대통령 부부는 수도원 성가대의 성가와 오르간 연주를 듣고 수도원 내부를 돌아보며 설명을 들었다.

◆2020년은 33년 만에 ‘순방 없는 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외교 활발

문 대통령 부부는 해외 순방 시 기회가 될 때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성당을 방문해 왔다.

취임 첫해인 2017년 11월 13일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동행한 김 여사는 필리핀에서 마닐라의 ‘산 아구스틴 성당’을 찾았다. 청와대는 당시 김 여사가 성당에서 동남아시아 교민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성당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이자, 1607년 준공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순방 활동이 왕성했던 2018년에도 방문국의 성당을 자주 방문했다. 그해 6월 23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에도 러시아정교회의 상징인 구세주 대성당을 방문했다.

같은 해인 2018년 10월 17일 7박 9일간의 유럽 5개국 순방 도중 문 대통령 부부는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했다.

11월 28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로 향하던 중 기착지인 체코 프라하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비투스 성당’을 찾았다.

2020년은 33년 만에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없었던 해로 기록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의 하늘길이 사실상 막힌 탓에 대통령의 정상외교도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없었던 마지막 해는 전두환 5공 정권 말기인 1987년이다.

1980년 9월에 임기를 시작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듬해부터 1986년까지 매해 해외 순방에 나섰다. 이후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이어 6·10 민주항쟁, 6·29 민주화선언 등 국내 정세의 영향으로 순방길에 오르지 못했다.

문 대통령도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이후 전용기에 몸을 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지난해 3월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 터키 등 3개국 순방을 시작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시아유럽회의(ASEM) 정상회의 등 최소 대여섯 차례 순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G20 특별 정상회의, 아세안+3 특별 정상회의,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 한·아세안 및 한·메콩 정상회의 등 주요 외교 일정은 모두 화상으로 이뤄졌다.

◆교황 방북 실현 포석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력 기회

문 대통령의 성당 방문은 3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약속 실현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재개된 대면 정상외교를 계기로 각국 추기경 면담 일정을 잇따라 잡고 있는 것도 문 대통령이 종교적 이유 외에 교황 방북 재추진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의 막스밀리안 하임 수도원 원장과 만남에서 “2018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나의 방북 제안을 수락하시면서 한반도 평화의 가교 의지를 표명하신 바 있다”면서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2018년 10월 유럽 5개국 순방 당시 바티칸을 찾은 문 대통령은 교황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확인한 방북 초청 의사를 교황에게 전달했고,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나는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소노 디스포니빌레(sono disponibile)”라고 밝히며 사실상 초청을 수락했다.

이후 바티칸 관례에 따라 교황은 김 위원장의 공식 초청을 기다렸지만, 약 5개월 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결국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다.

유흥식 대주교의 교황청 장관 임명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고 있다. 유 대주교는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천주교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연도 재차 회자되고 있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 때인 지난 2015년 12월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공식 선언 당시 부통령으로서 교황과 물밑에서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변수는 북한의 호응 여부다. 북한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명분으로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인적 교류를 전면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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