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황금 CB' 막을 방법? 전환사채 전환가액 규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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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06-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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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으로, 전환가액 조정제도 개선 등을 입법예고했다.

현재의 전환가액 조정제도(리픽싱·Refixing)에는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이 가능한 반면 주가 상승 시 조정에 관한 규정이 없는데, 이 점을 이용하여 대주주가 저가로 지분을 확대하거나, 주가조작세력에 악용되기도 했고, 그 결과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불이익이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시세조종으로 주가를 하락시킨 후 리픽싱한 전환가액으로 대량의 주식을 저가로 취득하는 것으로 제도가 악용되는 것은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저가로 전환된 주식은 기존 주주들에게는 ‘물량 폭탄’의 재앙으로 나타나곤 했다.

개정안은 전환조건에 하락조정이 포함될 경우, 하락조정 후 주가 상승 시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전환가액까지는 전환가액을 다시 상향조정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전환가액 하향조정에 의하여 주가하락 시에도 주식전환으로 이익실현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면, 하락조정 후 주가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리픽싱 제도의 불공정성을 개선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전환사채 투자의 위축과 기업의 전환사채에 의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실제로 전환사채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는 기존의 이익 실현 기회를 고수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반발일 뿐이다. 개정안이 실행되더라도 최초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 주식전환에 의한 이익실현은 보장돼 있고, 이것이 본래의 전환사채 투자의 이익실현 구조인 것이다.

주가가 전환가액 이하로 하락할 경우에는 사채원리금을 상환받아야 한다. 개정안은 전환기간 전의 경우에만 의미가 있을 뿐 이미 전환기간 내에 있는 경우에는 하락조정한 전환가액으로 즉시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개정안에 따른 상승조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개정안은 주가하락으로 하락조정을 한 후 주가상승을 지켜보면서 최대한의 이익실현을 기대하며 전환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일 뿐이다.

유상증자와는 달리 전환사채는 대부분 주주배정이나 공모를 하지 않고 기관투자자 또는 대주주 등이 발행회사와의 계약으로 ‘음지’에서 발행되기 때문에 주식, 주가를 둘러싼 각종 위법, 불공정한 이익실현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나 유혹이 높다.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발행되는지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개정안에는 제3자 부여 전환사채매수선택권 행사를 공시하게 하는 것, 콜옵션 부여 전환사채의 최대주주 행사한도를 제한하는 것 등도 포함돼 있다.

과거에는 예를 들어 10대1 감자에도 불구하고 최초 전환가(감자 후 기준으로 대략 10분의1가격)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황금 CB’가 있었고, 이것으로 막대한 불공정 이익을 얻은 사례도 많았다. 이와 같은 자본시장의 불공정∙불건전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본시장이 왜곡되고 축소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최은령 법률사무소 H&H 변호사. [사진=법률사무소 H&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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