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 발사체, 2024년 민간에서도 띄운다

오수연 기자입력 : 2021-06-09 16:05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2040년 1226조원 시장 전망 발사 인프라 구축 착수…스타트업도 우주 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42년간 지속한 미사일 지침이 종료돼 발사체 개발 자율성을 확보했다. 정부는 민간의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을 지원해 장기적으로 정부 대신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선도 국가 대열에 오른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에 따라 2024년에는 민간 기업이 개발한 고체연료 발사체가 국내에서 발사되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19회 국가우주위원회를 개최하고,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정(안)' 등 3개 안건을 심의 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가우주위원회에서는 미사일 지침 해제, 한·미 위성항법협력 등 한·미 정상회담 우주분야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해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 △민간 발사장 구축 △킥모터 개발 검토 등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구축 계획 △초소형 위성 개발 로드맵 △6G 시대를 대비하는 위성통신 기술 발전전략도 심의했다.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 도래··· 2040년 1226조원 시장 열린다

최근 우주 개발은 국가 주도 안보 경쟁이었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 기업 주도의 '뉴 스페이스'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스페이스X는 우주인 4명을 태우고 우주정거장에서 귀환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한화그룹이 그룹 내 우주 산업을 총괄할 '스페이스 허브(Space Hub)'를 출범하고 우주산업에 본격 진출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하고 100억원을 투입, 저궤도 위성통신 'ISL(위성 간 통신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뉴 스페이스 추세에 따라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이 2017년 3480억 달러(약 388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22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기업도 우주산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주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우주발사체 추진 로드맵. 그래픽=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미사일 지침 종료··· 2024년엔 스타트업도 로켓 발사

정부는 지난달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따라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 계획을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추가했다. 2024년까지 고체연료 기반의 소형발사체 개발·발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그간 축적한 고체 추진제 기술을 활용해 민간 우주기업 주도로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액체연료 발사체와 비교해 구조와 발사장 설비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단순 점화로 발사할 수 있다. 연료 주입·보관 과정이 없어 비용이 저렴하다. 최근 초소형위성 시장 확대에 따라 증가하는 저궤도 소형 위성 반복 발사에도 고체연료 발사체가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앞서 발사한 나로호의 경우 액체연료를 사용했는데,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액체연료 발사체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빨리 제작할 수 있어 민간 기업의 진입 장벽이 낮아 민간의 저비용·단기 발사체 개발 참여 폭을 넓힐 수 있다. 안보 목적의 초소형 정찰 위성 등의 발사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가 있다.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회복하며 민간 우주 개발 추진력을 얻은 것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1979년 10월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 기술을 이전하는 대신 사거리를 180㎞, 탄두 중량을 500㎏으로 제한하며 만들어졌다. 이후 2001년 사거리 300㎞로 1차 개정된 뒤 2012년 다시 최대 사거리가 800㎞까지 늘어나는 2차 개정이 이뤄졌다. 이번 정부 들어서 두 차례 개정을 통해 42년간 미사일 개발을 제한한 족쇄가 풀렸다. 2017년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는 3차 개정이 이뤄졌고, 지난해 7월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되며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사거리 800㎞ 제한까지 사라진 것이다.

미사일 지침을 적용받지 않은 일본은 앞서 2013년 고체연료 로켓 '엡실론' 발사에 성공했다. 전체 길이 24.4m, 지름 2.6m, 무게 91t의 3단 로켓으로, 발사비용이 액체연료를 사용한 일본의 주력 로켓 H-2A의 3분의1 수준인 38억엔(약 387억원)에 불과하며 준비 기간도 짧았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인공위성 용도이나 기술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유사해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침 해제에 따라 ICBM 개발도 가능해지게 됐다. 무엇보다도 민간 기업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한 현 시점에서 민간 기업의 진입이 용이한 고체연료 저궤도 우주발사체와 소형 위성 개발의 문이 열렸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미사일 지침 종료를 통해 확보된 발사체 개발의 자율성을 토대로 민간 우주기업 주도로 고체연료 발사체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다양한 민간기업들이 발사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발사장을 포함한 민간 발사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부터는 기업뿐 아니라 대학, 스타트업 등 민간 영역이 국내에서 고체연료를 활용한 소형 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발사체 개발이 활성화되는 것에 맞춰 정부는 민간 발사 인프라 구축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양한 민간 기업이 발사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한국의 우주 산업 역량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발사장은 운영에 필수적인 발사·통제 시설과의 효율적 연계를 위해 국내 유일의 우주 발사체 발사장인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에 설치한다.

단기 발사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2024년까지 고체연료 발사체 발사장을 우선 구축한 뒤, 향후 액체연료를 포함한 다양한 발사체에 활용될 수 있도록 2025년부터 범용 발사장으로 확장한다.

고체연료를 활용한 한국형 발사체의 임무도 다변화된다. 발사체 상단에 설치해 발사체의 우주탐사선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고체추진단 킥모터(Kick-Motor) 개발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발사체에 킥모터를 적용하면 우주탐사선의 무게가 증가해 달이나 소행성 등 우주탐사 시 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향후 우주탐사 수요에 따라 구체적인 킥모터 개발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민간 기업이 위성도 쏘아 올려

이날 위원회에서는 '초소형 위성 개발 로드맵'도 심의했다.

초소형 위성은 여러 대를 군집으로 운용해 동일 지점을 더 자주 또는 동일 시간에 더 넓게 관측할 수 있는 장점과 단기간·저비용 개발이 가능한 장점을 동시에 갖췄다. 국가 안보, 6G 위성통신, 우주전파환경 관측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해 향후 시장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뉴 스페이스 시대 주목받는 영역 중 하나다.

과기정통부는 초소형 위성 개발에 대한 공공 수요를 확대해 초소형 위성 시장을 조성해 민간 기업의 진입을 용이하게 한다. 설계부터 발사·운용까지 위성 개발 전(全) 주기를 지원하고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해 초소형위성 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임 장관은 "뉴 스페이스 시대 우주산업의 주요성장 기반으로 단기간 저비용 개발이 가능한 초소형 위성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초소형 위성 분야 시장조성을 위한 공공수요를 확대해 나가고 민간기업의 진입과 성장지원, 관련 정책 협의 추진계획 등을 마련했다"며 "민간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스페이스이노베이션 사업, 우주산업 전문인력 양성 사업 확대 등을 새롭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우주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는 "한·미 정상회담의 우주분야 성과는 민간 주도형 우주산업 육성 정책과 뉴 스페이스라는 시대적 흐름에 더해 국내 우주기업의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통해 우주기술의 민간 이전이 활성화되고 벤처 등 민간 기업의 참여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우주 발사체와 위성 개발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 통신·항법 위성, 우주 에너지, 우주 자원 채굴, 우주 쓰레기 수거, 우주 탐사 참여 등을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세계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K-스페이스 시대 대표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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