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폭등·자원민족주의’ 그림자 드리운 원자재 시장, 韓 산업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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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현상철·조재형 기자 기자
입력 2021-06-09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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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광석·구리 이어 전기차 핵심 소재인 양극재 원료 니켈 값도 고공행진

  • 전세계 친환경 에너지 정책 힘입어 원자재 수요 급증...직접 채굴 광산 지분 투자도

  • 세계 식량 가격 12개월째 상승...제빵업계 이어 라면업계도 '가격 인상' 카드 만지작

올해 들어 가격 상승도 모자라 자원민족주의까지 원자재 시장에 위협을 가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비단 반도체·소재·부품 등 후방산업계,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선박·IT전자·식품 등 전방산업계까지 가격 상승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직접 해외 광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원재료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개가 드리운 광산 내부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철광석·구리·니켈 가격, 꾸준히 오름세...중소기업 22% “대책 無”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철광석과 구리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다.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철광석(중국 칭다오항) 가격은 지난 4일 t당 207.01달러로 전주보다 8.2% 올랐다. 특히 지난달 12일에는 t당 232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한 차례 진정됐다가 다시 오름세다.

구리 현물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달 10일 t당 1만724.5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이후 소폭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 이달 들어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이어가고 있다. 이차전지(배터리) 핵심 소재로 양극재 제조에 필수 원료인 니켈 값도 심상찮다. 지난해 5월 t당 1만2000달러였지만, 올해 5월에는 1만7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자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활발해지면서 단순히 펜트 업 효과가 아니라 꾸준히 소비재 수요가 늘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실물경기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구리는 미국 등 주요국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수요가 급증해 확보가 시급하다. 전기동은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에 널리 쓰이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계도 원자재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수익률이 쪼그라들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 75.6%는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 5곳 중 1곳(21.1%)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최대 50%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응답 기업의 22%가 ‘대응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최근 주요 원자재 가격이 50% 이상 급등했고 국제유가와 운임도 올랐다”며 “이는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코로나19로 회복 국면인 중소기업, 특히 중소제조업의 경영환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원민족주의 경향 짙어져...배터리 업계, 해외 광산 투자 활발

더 큰 문제는 일부 국가에서 천연자원을 자국 내에서만 유통·사용토록 하는 ‘자원민족주의’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구리 생산에서 세계 1위, 2위인 칠레와 페루는 외국인 소유 광산을 상대로 세금 인상을 모색하고 있고, 아프리카 최대 구리 채굴국인 콩고 정부도 구리와 코발트 수출을 금지했다.

국내 산업계는 자구안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배터리 관련 소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호주 퀸즐랜드 퍼시픽 메탈스(QPM)에 120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해 지분 7.5%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향후 10년간 매년 니켈 7000t과 코발트 700t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포스코그룹도 약 50억원을 투자해 QPM 지분 3.2%를 인수했다. 오는 2023년 말부터 10년간 매년 니켈 3000t과 코발트 300t을 공급받을 권리를 확보, 자회사인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생산에 쓸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호주 니켈 광업 제련 전문회사 레이븐소프의 지분 30%를 2억4000만 달러(약 2700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니켈 가공품(MHP)을 오는 2024년부터 연간 3만2000t 공급받게 된다. 이는 전기차 18만대에 공급 가능한 물량이다.

◆세계 식량 가격 12개월째↑...식품업계, 가격 인상 카드 ‘만지작’

이런 가운데 세계 식량 가격도 12개월 연속 상승, 애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축산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일반 물가도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식량 가격 상승은 석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과 맞물리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 오른 127.1포인트를 기록했다. 2011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지수 역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곡물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6% 급등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는 1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격에 거래 중이다. 대두와 밀 가격도 각각 63%, 30% 상승했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수입산 재료를 사용하는 가공식품의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앞서 한국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와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 제빵업체는 제품에 따라 최대 9%까지 가격을 올렸다.

라면 업계는 원가 부담에 따른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분류되는 라면 가격을 올리면 역풍을 맞아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12년간 ‘진라면’ 값을 동결했던 오뚜기도 지난 2월 라면 가격을 올리려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결국 철회했다.

하지만 농심·오뚜기 등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은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제 밀·팜유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라면에 들어가는 팜유 선물가격은 이달 초 기준 t당 961달러(약 107만원)로 2011년 8월 이후 9년여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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