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유비' 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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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6-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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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어난 능력과 불굴의 정신을 가진 영웅

선수들과 얼싸안은 고 유상철 감독(중앙)[사진=연합뉴스]


고 유상철 감독의 별명은 '유비'다. 한 기자가 "성이 유 씨니까, '유비'라고 하자"고 말해서 시작된 별명이다. 별명을 받은 그는 '유비'처럼 행동했다. 뛰어난 능력과 불굴의 정신을 가진 영웅처럼 말이다. 그런 그가 지난 7일 별명을 안고 떠났다. 향년 50세.

1994년 고인은 울산 현대(이하 울산)에 입단했다. 울산을 상징하는 푸른 유니폼이 그와 잘 어울렸다. 중간에 일본 프로축구 구단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이하 요코하마)와 가시와 레이솔 등에서 뛰었지만, 2006년 회귀하는 연어처럼 울산으로 돌아왔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도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공격수가 아님에도 112경기에서 18골을 터뜨렸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그는 훌륭한 자원이었다.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모두 훑을 수 있는 만능이기 때문이다.

투지도 대단했다. 2001년 코뼈가 부러져도, 헤더 슛으로 상대의 골망을 흔드는 그의 모습을 본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크게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2002 한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다. 유상철의 투지가 히딩크의 입을 통해 전파됐고, 모든 선수가 투지로 똘똘 뭉쳤다.

2006년에는 현역에서 은퇴했다. 4년 뒤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그는 "왼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라고 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어 그는 "선수로 뛸 때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몇백 배 더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감독으로 전향했다. 대전 시티즌(이하 대전)과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던 그가 2019년 11월 암 소식을 전했다. 그것도 췌장암 4기. 많은 이들이 좌절하고 힘들어했지만, 본인은 한 번이라도 더 경기장에 모습을 비추고, 사람들 앞에 서려고 했다.

인천은 지휘봉을 놓아야 하는 그를 명예 감독으로 추대했다. 마음이 편해진 그는 적극적으로 항암 치료를 받았다. 좋아지는 모습에 언론에도 모습을 자주 비추었다. 그러나, 증세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축구장에서 팬들에게 했던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빈소가 8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다. 유상철 전 감독은 지난 2019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에 전념해 왔고 지난 7일 별세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인의 영정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공식 계정을 통해 "한 번 월드컵 영웅은 언제나 월드컵 영웅"이라는 글을 고인의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프로축구 K리그1 구단들도 애도 메시지를 보냈다. 인천은 "당신의 열정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소서", 대전(현 대전 하나 시티즌)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해시태그 '#유상철'로, 포항 스틸러스·광주 FC·강원 FC 등은 대한축구협회 포스트에 추모 댓글을 달았다.

일본에서도 애도가 이어졌다. 요코하마 구단 트위터에는 "지난해 홈(닛산 경기장) 개막전에서 승리했을 때 '또 여러분과 만나고 싶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활약 중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들의 2002 월드컵 영웅이었던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향년 50세의 나이로 별이 되었다"고 게재했다.

국가대표에서 동고동락한 선후배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지난 30년간 함께였던 동료이자 후배 유상철 감독 영면의 안타깝고 슬픈 소식을 남긴다"며 "그가 걸어온 한국 축구를 위한 헌신과 노력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한국 축구를 위해서 많은 수고와 헌신을 해주신 유상철 감독님, 뵐 때마다 아낌없는 조언과 걱정을 해주셨던 그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 정성룡은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신 유상철 선배님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게재했다. 구자철은 'Legend(전설)'라는 문구와 고인의 사진을 공유했다.

애도 물결은 스포츠계로 이어지는 중이다. 프로야구 전설 이승엽은 "유상철 선수가 국민에게 보여주신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곳에선 아프지 마세요"라고 썼고,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편히 쉬십시오"라고 적었다.

고인은 그 누구보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바랐던 인물이다. 지난 2017년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축구 팬들을 향해 이러한 말을 남겼다.

"축구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아졌고, 게임에서 손쉽게 선수들을 움직인다. 결국, 기대치가 끝도 없이 올라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축구장에 한 번 찾아왔으면 좋겠다. 선수들의 노력을 눈으로 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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