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어디서나 '재고 없음'… 귀한 몸 된 AZ 잔여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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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6-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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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전 논란은 옛말, AZ 잔여 백신 접종 시작하자 예약 '하늘의 별 따기'

  • 투명 인센티브·노마스크 기대감… 국민 2명 중 1명 "잔여 백신 맞겠다"

  • 감염병 전문가, 백신 인센티브가 접종률 높일 것으로 내다봐

'잔여백신 구하기 쉽지 않네' [사진=연합뉴스]
 

혈전 유발 논란으로 불신이 컸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막상 잔여 백신으로 활용되자 예약자가 몰리면서 이제는 '없어서 못 맞는' 백신이 됐다. 앞서 정부는 위탁의료기관에서 AZ 백신 사전 예약자의 노쇼(예약 불이행)로 인한 백신 폐기를 줄이기 위해 '잔여 백신 당일 신속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안전성 논란이 무색하게 AZ 백신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잔여 백신 예약이 유명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만큼이나 어렵다는 말이 나오자 온라인에는 예약 성공률을 높이는 '꿀팁'까지 올라오고 있다.

1일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통한 코로나19 잔여 백신 예약시스템을 보면, 개통 6일째에도 화면에는 남아 있는 백신 물량이 '없음'을 가리켰다. 경기도 시·군을 비롯해 대전과 광주 등으로 범위를 넓혀 다시 조회해도 잔여 백신은 '0'.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 위탁의료기관에 직접 전화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현재 대기자만 150명에 달해 언제 접종이 가능할지 확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잔여 백신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은 백신을 취소하는 예약자들이 적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사전 예약자 98% 이상이 접종에 참여해 이른바 '노쇼'로 인한 잔여 백신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는 잔여 백신을 빠르게 예약하는 팁까지 등장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나 카카오톡을 이용하기보다 직접 의료기관에 전화해 예약하는 게 빠르다거나 특정 시간대에 잔여 백신이 몰린다는 내용 등이다. 잔여 백신 접종에 성공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잔여 백신을 맞기 위해 동네 병원 10곳에 전화한 뒤 전부 예약을 걸어놓았다. 이 중 1곳에서 연락이 와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안전성 논란을 일으켰던 AZ 백신이 귀한 몸이 된 배경에는 이상 반응에 대한 불안감보다 일상회복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백신 접종 시 모임 제한 인원에서 제외하는 '투명 인센티브'를 비롯해 다음 달부터는 접종자에 한해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기로 했다. 직장인 최재현씨(32)는 "백신 부작용 우려도 있지만, 접종을 끝낸 사람은 5인 이상 집합 금지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에 카카오톡으로 잔여 백신 예약 알림 신청을 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반응은 비슷하다. 회원수 50만명의 한 결혼 정보 커뮤니티 회원은 "오는 12월에 결혼을 앞두고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어 AZ 잔여 백신을 알아보고 있다. 백신 접종률도 늘고 있어 12월에는 상황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민 절반이 잔여 백신을 접종할 의향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상대로 잔여 백신 접종 의사를 물은 결과 51.4%는 '의향 있다'고 답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감염병 전문가는 백신 인센티브가 접종 속도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신과 관련해 오해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적합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일부 접종률을 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주 정부별로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유인책을 내놓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뉴욕은 지난달 24~28일 백신 접종자 중 최고액 500만 달러의 상금을 주기로 했으며 델라웨어에서는 12~17세 접종자라면 주립대학 전액 장학금 혜택을 누릴 가능성도 있다.
 

거리에서 모든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선 백신 인센티브로 방역 수위가 느슨해지면 방역에 구멍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 유행곡선 및 사망자수 변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빅데이터융합센터(G-ABC)의 연구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유지할 경우 △6월 고위험군 접종 완료 후 즉시 방역을 완화할 경우 △8월 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적용할 경우 등으로 나눠 유행 상황 변화를 예측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이 중에는 6월에 즉시 방역을 완화할 경우 일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정재훈 교수는 "백신 접종의 가시적인 효과는 7월쯤부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로 방역을 완화하지 않고, 몇 주에서 1개월 정도 방역을 유지한다면 하반기 상황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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