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도 공급망 편입’ 압박 커진 한국...“균형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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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06-0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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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대통령-4대 그룹 총수 회동서 대책 논의 가능성도

미국 정부가 진행한 4대 핵심 품목(반도체·배터리·희토류·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공급망 조사가 내달 4일(현지시간) 마무리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는 100일간 진행된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조사를 진행, 내달 4일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이 성사된다면 이 자리에서 주요 산업 공급망 관련 현안도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백은 김기남 부회장이 대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4대 핵심 품목에 해당하는 반도체·배터리 업계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미 수십조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구축을 위해 170억 달러(약 18조8900억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합작 또는 단독투자를 통해 약 140억 달러(약 15조5600억원)를 투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4대 핵심 품목 공급망 조사 결과와 이에 따른 대책 등이 발표되면 기업들은 다시금 계산기를 두들겨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조사 결과를 언제 공개할지, 어떤 내용이 담길지 아직 뚜렷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아예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상황을 종합해보면 미국 정부의 후속 대책은 미국 주도 공급망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이번 행정명령의 근본 취지는 미국의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 중국 굴기 저지를 위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재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한국, 대만, 일본 등 동맹국들의 투자와 참여를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관련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책의 강도에 따라 기업들의 의사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들은 최근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지 않는 데 따른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불이익, 대규모 투자에 뒤따르는 손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별로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치적인 논리에 휘둘리다 보면 업계에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 업계의 경우 중국이 수요가 큰 시장인 만큼 강대국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안 국내 공급망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상품보다 원자재의 이동과 시장 중심 생산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한국처럼 중간재 생산 국가들은 시장을 가진 나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한국 주도의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지 국가 차원의 산업구조 재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4대 그룹 총수와 문 대통령의 회담에서 묘안이 제시될지 업계 이목이 쏠린 가운데 각 국가의 정치외교적인 부분에 기업이 개입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지혜롭게 이 상황을 풀어나가는 동시에 각종 지원을 통해 국내 공급망 보호에도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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