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앤피이슈] ​고소장 반려하는 경찰...“처리기준 세워야”

장승주 기자입력 : 2021-06-11 11:17
대법 “고소 반려, 경찰 직무 위반”

[사진=연합뉴스]

#. A씨는 인천에 있는 중고차매매단지에서 중고차를 구입했다. 담당자가 기존 차량의 폐차까지 처리해 주겠다고 해서 일을 맡겼다. 고철값 100만원이 들어와야 하는데 두 달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연락도 끊겼다. A씨는 구청에 폐차 여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해 보고선 깜짝 놀랐다. 폐차가 아닌 명의 이전이 돼 있었던 것이다. 담당자가 자기 앞으로 명의 이전을 해서 타고 다니고 있었다. 화가 난 A씨는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러 경찰서를 방문했다. 하지만 경찰서에는 “소유권을 포기한 게 아니냐”며 고소장을 반려했다.

#. B씨는 맥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 독특한 모양의 얼음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 맥주 기계를 만들어 달라고 공장에 일을 맡겼다. 몇 달 만에 맥주 기계가 완성됐다. 하지만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제대로 고쳐 달라고 했지만 공장장은 오히려 뻔뻔하게 나왔다. B씨는 이 공장장이 당초 맥주 기계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의사가 없었다고 보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를 했다. 하지만 담당 수사관은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사건이라며 접수절차도 밟지 않고 고소장을 반려했다.

시간이 지났지만 A씨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담당 수사관은 내가 폐차를 맡겼다는 것은 소유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돌아가라고 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폐차를 맡겼으면 차량을 폐차한 후 고철값을 줘야 하는데, 차량 명의가 바뀌고 고철값도 받지 못했다”며 “구청 제출 차량 명의이전 신청서에는 이전에 동의한다는 나의 날인이 있어서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를 한 것이다. 소액이라 그냥 넘어가기는 했지만 지금도 경찰의 태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고소장 반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변호사는 “요즘 경찰에서 상당히 귀찮아하는 느낌을 받았다. 의뢰인으로부터 고소장 반려하겠다는 의견을 받아서 놀라 수사관과 통화하니 그러면 조사일정을 잡겠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방문 접수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반려하는 경우가 있다. 항상 우편 접수를 한다”며 업무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고소인 연락처를 일부러 기재하지 않아 저한테 연락이 오도록 하거나, 고소장 말미에 경찰청 관련 규칙을 적어서 반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힌 변호사도 있다. (경찰청) 사건의 관할 및 관할사건수사에 관한 규칙 제7조 1항은 “경찰관은 사건의 관할 여부를 불문하고 이를 접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예전에는 (경찰에서) 거부하면, 검찰에 접수시켰다. 이제는 검찰도 안 받는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형사 처벌이 어려운 민사 사안이나 범죄 구성요건에 부적합한 경우에만 고소장을 반려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접수절차도 밟지 않고 고소장을 반려한 것은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하므로 경찰과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다.

고소인 C씨는 2015년 4월 ‘운송료 40만원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고소장 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라며 반려됐다. 그는 같은 내용으로 검찰청에 고소장을 냈고 사기죄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유죄가 나왔다. 결국 경찰의 고소장 반려는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가 경찰의 고소장 반려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업무가 늘어나 경찰의 고소장 접수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고소장 반려의 명확한 처리 기준이 세워져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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